[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백신 '대명사'…보안업체로 거듭난다

중앙일보

입력

'안철수' 라는 스타가 이끌고 있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안연구소). 백신에 대한 기술 우위는 확실하지만 백신 이외의 보안 서비스를 요구하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강력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의 보수적인 경영에서 벗어나 공격적이고 빠른 경영의 필요성도 지적된다.

◇ 강력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백신 시장에서의 우위〓'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안연구소는 범국민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하나다.

처음 국내에 컴퓨터 바이러스가 출현한 이래 안연구소의 'V3' 라는 제품 이름은 바이러스 백신의 대명사처럼 대중에 각인됐다.

높은 인지도가 끊임없이 출현하는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 제품을 업데이트 시키는데 큰 보탬이 된다.

이런 컴퓨터 바이러스 수집 인프라와 탄탄한 서비스 인력이 안연구소의 백신 분야에서의 절대적인 우위를 지켜주고 있다.

현재 안연구소는 국내 바이러스 백신 분야의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보안 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위협〓디스켓을 통해 전파되던 컴퓨터 바이러스도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수백, 수천만대의 컴퓨터를 감염시킬 수 있는 형태로 발전했다.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갈수록 고도화 되어가는 해킹에 대한 효과적 차단이 필수적이 됐다.

안연구소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토탈 보안 솔루션과 서비스 제공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방화벽 1위 업체 시큐어소프트가 보안관련 토탈 서비스 제공을 표방하며 소프트뱅크등 4개사로부터 2백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가하면, 삼성그룹 보안관련 인력 60여명으로 구성된 종합 정보보안회사 시큐아이닷컴이 공격적인 해외마케팅을 하겠다고 공언하며 지난27일 출범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싸이버텍홀딩스.어울림정보기술.에스원등 5개 업체가 공동으로 만든 '이글루시큐리티' 도 토탈 보안 솔루션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 백신 외의 분야에선 핵심 기술이 부족〓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이 보안 솔루션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핵심적이진 않다.

마치 워드프로세서 시장이 더 이상 개별 워드프로세서 간의 경쟁 시장이 아니라 워크시트 및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 등을 포함하는 사무용 소프트웨어 묶음의 경쟁인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지금까지의 바이러스 백신 분야에서의 절대적 우위가 가지는 위력이 종합적 보안 솔루션 제공자간의 경쟁에 있어서는 반감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종합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각 부문별, 즉 보안 컨설팅에서부터 방화벽, 암호화 및 인증 기술, 침입차단 시스템, 가상사설망, 관련 하드웨어 등에서의 핵심역량을 스스로 빨리 갖추거나 그렇지 못한 부분은 효과적인 제휴 및 합작을 통해 확보해야 하는데 안연구소는 제휴나 합작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 성공적인 변신 여부가 관건〓안연구소는 나름대로의 비전을 가지고 '코코넛' 이나 '앨릭스' 와 같은 합작회사를 설립한 것은 물론 인터넷 사업과 관련된 독립된 사업본부를 만드는 한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제휴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적응 노력은 기존의 안정적 시장에서와는 다른 조직과 인력 구성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연구소 같은 분위기에 안주해 있던 기존의 인력을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분위기에 적응하게끔 하는 것이 당장의 과제다.

기업 분위기를 바꾸는 데 실패하거나 그 과정에서 기존의 우수인력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대거 이탈한다면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또 보안쪽에서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안연구소와 제휴및 합작을 순순히 할 것인지도 숙제다.

코스닥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 역시 더 이상 늦추지 않는 것이 이러한 변신을 효과적으로 이루고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판단

평가에 참여하신분〓이광훈.권남훈(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종욱(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 마케팅협력단 단장), 강창희(현대투자 신탁운용 연구소 연구위원), 이광형(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김승재(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전무), 김영찬(메리디안 창업투자 대표), 김동렬(한국소프트창업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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