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 떨어진 두 식당서 한 사람이 2분 간격 점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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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10년 10월 5일 오후 1시7분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A음식점 9만2000원. 같은 날 오후 1시9분 경남 창원시 B식당 5만9000원. 오후 6시1분 부산 기장군 C음식점 5만8000원. 하루에 점심을 두 번, 그것도 400㎞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2분 간격으로 식사를 했다는 이 식비 명세는 평택시의회 최중안 산업건설위원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이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는 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평택시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시민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평택시의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 5명이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5134만원이다. 이 중 96%는 음식점과 술집에서 결제됐다. 대부분 야간에 사용했다.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서’라고만 돼 있을 뿐 목적과 대상 등은 나와 있지 않았다. 휴일에 사용한 것도 89회 1164만원이나 됐다.

 평택참여연대 이은우 대표는 “의정활동이 주로 밤에 술집과 음식점에서만 이뤄졌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용 목적과 참석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집행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상임위 직원들이 창원과 부산으로 현장 답사하러 갔다가 밥값을 결제한 뒤 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지출항목에 올렸던 것”이라며 “구체적인 목적과 사용자를 기록하지 않아 혼선이 있었을 뿐 적법하게 집행됐다”고 말했다.

평택=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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