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너마저 … 미국발 악재에 원금손실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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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008년의 데자뷰(기시감·旣視感). 미국발 악재에 주식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발행금액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며 황금기를 구가했던 ELS 시장 곳곳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반 토막 나면서 ELS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 호되게 데인 투자자들은 한동안 ELS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스피가 회복하며 오르기 시작하자 ELS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ELS 발행액은 19조7522억원으로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9조원 이상, 하반기보다는 5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월별 발행 금액도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주식보다 안전하고 채권보다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가격 움직임에 따라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미리 정해 놓은 구간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수익을 돌려준다.

 증시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오르내린다면 ELS는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다. 문제는 최근과 같은 추락장세에서 기초자산인 개별종목 가격이 원금손실구간(Knock-In barrier)까지 떨어질 때다.

 9일까지 코스피 지수가 37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러한 급락세에 8일까지 4021억원 규모 ELS가 원금손실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의 경우 이달 들어 8일까지 원금 비보장형 ELS 11종이 원금손실구간을 터치했다고 공지했다. 신한금융투자도 같은 기간 ELS 9종이 원금손실구간에 들어갔다고 알렸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 등 정보기술(IT)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다. IT 업종의 경우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커지기 전부터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 더욱 낙폭을 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 전과 같은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시장의 예상이다. 각종 안전장치를 단 ELS가 속속 등장한 데다 원금손실구간을 낮춘 ELS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금융위기 때는 개별종목을 중심으로 한 ELS가 많았던 탓에 타격이 컸지만 최근에는 지수형 ELS가 늘면서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모 ELS 등을 중심으로 기초자산을 특정 종목으로 집중한 경우에는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ELS 시장의 충격도 양극화하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최창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종가와 평균 기준가를 나눈 값이 100% 근처에 도달한 것은 일부 IT종목뿐 나머지 종목은 아직 원금손실구간까지는 여유가 있다”며 “금융위기 당시 학습효과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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