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무료서비스 자동연장 꼼수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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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도 오산에 사는 이모씨는 온라인 음원 제공 사업자의 홈페이지에서 1개월 무제한 무료 이용 쿠폰으로 무료 체험 이벤트를 신청해 한 달간 이용하고 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았다. 몇 개월이 지난 뒤 이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비스 이용요금이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

곧바로 사업자에게 전화해 항의했지만 사업자는 이씨가 동의한 약관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업자가 내민 약관에는 작은 글씨로 “한 달간 무료 후 정상 과금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마케팅, 인터넷에서 흔하다. ㈜소울비엠의 파파디스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원서비스 멜론, KT뮤직의 도시락, LG텔레콤의 뮤직온, Mnet의 엠넷, 소리바다, 네오위즈벅스(벅스)의 이용약관도 이와 비슷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무료 체험 이벤트에 참가한 고객에 대해 별도 동의 절차 없이 이벤트 종료 시에 자동 결제 월정액의 유료 서비스로 강제 전환하도록 한 음원 서비스 이용약관은 무효라고 7일 발표했다.

이순미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통상의 고객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무료 이벤트를 회원 유치와 상품 판매를 위해 일정기간 무료 이용 권리를 제공하는 샘플마케팅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무료 이벤트 참여가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려는 의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샘플마케팅은 특정 상품의 샘플을 소비자가 써 본 뒤 만족스러우면 본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인 만큼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는 샘플 사용 후 소비자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가 별도로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객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자동 연장하는 약관이 있는 무인경비 시스템 약관과 소프트웨어 이용약관 등 서비스 이용약관도 시정하도록 했다. ㈜현대안전공사의 무인경비 시스템 약관, 슈어쿼터스㈜의 슈어아이 시스템 이용약관, ㈜서림리조트의 입회계약서 등이 대상이었다. 보증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보증기간을 자동 연장한 ㈜LG전자의 연대보증서 약관도 시정하도록 했다.

이순미 과장은 “사업자가 계약을 연장하려면 고객에게 계약 연장 의사가 있는지 묻고 기한 내에 확답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계약이 자동 연장되도록 해 고객이 연장 여부를 판단·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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