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탈락’ 다음 차례는 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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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글로벌 시장에선 예측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트리플A(AAA) 등급 가운데 다음 강등 대상을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첫째 후보는 프랑스였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이코노미스트인 폴 도노반은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채는 AAA 등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프랑스 국채는) 미국과 달리 자력으로 화폐를 발행할 수 없어 시장에서 AAA 등급으로 취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프랑스의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84.7% 수준이다. 이탈리아(120.3%)보다 낮지만 부채 증가 속도에선 더 가파르다. 연간 부채 증가액에서 프랑스는 2006년 이탈리아를 넘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위기 국면에서 소문은 현실화되곤 한다. S&P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 회사의 유럽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장 미셸치스는 프랑스 라디오에 출연해 “프랑스의 신용등급은 안정적”이라며 “정치적인 리더십과 정부 기능이 평가 과정에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영국도 의심 대상이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8일(한국시간) 인터넷 판에서 “영국 보수당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나친 긴축이 오히려 경기침체를 야기해 신용등급 강등을 경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글로벌 시장의 또 다른 관심은 S&P의 강등 후폭풍으로 파열음이 어디에서 가장 먼저 발생할 것인가였다.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런던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미국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는데 정작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탈리아”라고 전망했다.

 최근 이탈리아 국채 값이 급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연 6%를 넘어 마지노선 7%를 위협할 정도다. 심지어 5일엔 ‘위기 동반국(?)’인 스페인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어서면 이탈리아가 얼마 가지 못하고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FT는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이 S&P 강등 이후 미국 국채 대신 가장 만만한 이탈리아 채권을 팔아 현금화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렇게 되면 이탈리아 국채 값이 급락하면서 유럽 금융시장이 광풍에 휘말릴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염이 더 빠르게 더 폭발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다. 이탈리아 국채 규모는 1조1000억 달러(약 1200조원)에 이른다. 이탈리아 채권시장은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대 시장이다. 파국의 깊이와 크기를 쉽게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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