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일본·중국에는 팔방미인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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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특히 관심을 끈 인물이 유치위원회 나승연 대변인이다. 그는 프레젠테이션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지적인 외모와 유창한 영어로 평창이 쏟은 도전과 열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IOC 위원들을 감동시켰다.

 전 세계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비춰진 그의 당당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미모와 지성을 갖춘 완벽녀” “엄친딸 종결자” 등 찬사가 쏟아졌다. 한마디로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팔방미인이라는 것이다.

 일본·중국에도 이런 팔방미인이 있을까? 없다. 우리처럼 ‘팔방미인’이란 용어가 쓰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나승연 대변인과 같이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사람 또는 여러 방면에 능통한 사람을 우리는 보통 ‘팔방미인’이라 부르지만 일본과 중국에서는 ‘팔방미인’이 이런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팔방미인’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아무에게나 잘 보이려고 싹싹하게 대하는 사람, 즉 가볍게 처신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사람에게 팔방미인이라 했다가는 큰 실례가 된다. 중국에선 ‘팔방미인’ 대신 팔면영롱자(八面玲瓏者)·다면수(多面手) 등의 말이 쓰인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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