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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경련, 국민 사랑 받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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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정병철 부회장과 이승철 전무 등 경영진이 전횡을 휘두르면서 대외적으론 하는 일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며칠 전엔 로비 의혹도 받았다. 반(反)대기업 정책의 입법화를 막기 위해 정치인에게 로비 하도록 기업들의 역할을 분담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경련은 아이디어 차원일 뿐 공식 입장이 아니라지만, 이 같은 문건을 만든 것만으로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전경련은 대표적인 경제단체다. 나라 경제를 사실상 주도하는 그룹 회장들의 유일한 친목단체이기에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런 조직이 구설수에 휘말린다는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전경련은 올해 재계 서열 7위인 GS그룹 허창수 회장을 새 회장으로 맞이했다. 10대 그룹의 오너 회장이 전경련 수장에 취임한 건 12년 만이다. 이 때문에 전경련이 그간의 무력증에서 벗어나 심기일전할 것으로 기대됐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사무조직이 잡음을 일으키며 회원들에게 오히려 부담만 주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마침 오는 16일에 전경련은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이를 계기로 허 회장은 전경련의 역할과 기능을 전면 재검토하기를 당부한다. 무엇보다 국민과의 소통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뿌리 깊은 반(反)기업 정서를 줄이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 로비하는 재계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그런 낡은 발상으로 회원들에게 부담이나 주는 조직이라면 뜯어고쳐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