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출판단지’ 마포 르네상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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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9월 마포구 홍익대 앞 일대에서 열린 ‘제6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모습. 마포구청은 마포구를 지식출판 문화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책 축제를 열고 있다. [마포구청 제공]


출판저작권 계약대행업체 신원에이전시는 지난해 2월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서 서울 마포구 서교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2005년 창작과비평·문학동네·민음사 등 유명 출판사들을 따라 파주출판단지에 10억여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회사를 옮겼지만 5년 만에 서울로 되돌아온 것이다.

 소설가 이청준의 전집 등을 발간한 유명 출판사 도시출판 열림원도 마찬가지다. 열림원은 2003년 12월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파주출판단지로 이사를 했다. 유명 건축가에게 부탁해 333㎡ 규모의 예쁜 사옥도 지었다. 하지만 파주 생활은 5년 만에 끝났다. 열림원 홍보담당 장혜원씨는 “업무 특성상 서울에 있는 대형출판사나 온라인 서점 업체를 자주 왔다갔다해야 하는데 교통이 너무 불편했다”며 “결국 새로 지은 사옥은 임대를 주고 2008년 서교동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와 경기도 파주출판단지가 출판중심지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고있다. 마포는 1990년대만 해도 900여 곳의 출판사가 옹기종기 모여 있던 원조 출판중심지였다. 그러나 2005년 파주출판단지가 완공되면서 59곳의 중·대형 출판사가 이전했다. 이 때문에 ‘알맹이 없는 출판중심지’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파주에서 마포구로 돌아온 중·대형 출판사만 10곳에 달한다. 파주로 이전하지 않고 마포구 서교동을 지켜온 문학과지성사 홍대기 부장은 “마포는 교통이 편리한 데다 서울 다른 지역보다 임대료가 싼 편”이라고 말했다.

 마포의 가장 큰 장점은 교통이다. 교보문고·영풍문고·서울문고(반디앤루니스) 등 3대 대형 서점과도 가까워 매장 관리나 수금도 편하다. 이런 이유로 현재까지 3007곳의 출판 관련 업체가 마포구에 둥지를 틀었다.

 마포구도 힘을 보탰다.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신용보증추천 협약을 체결해 출판업체에 총 50억원(회사당 1억원, 금리 연 4.8%)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관재 마포구 행정관리국장은 “와우북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마포구가 전통 있는 출판중심지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파주출판단지도 대응에 나섰다. 파주는 현재 단지에 입주한 출판사 사옥의 1층이나 지하공간을 서점처럼 꾸미는 ‘책방거리’ 조성이 한창이다. 이곳에서 헌책 나누기, 저자와의 만남 등 도서 관련 행사와 거리공연 등을 열 계획이다. 9월 말에는 파주시와 함께 국제도서전 ‘파주 북(book) 소리 2011’을 개최한다. 파주출판단지입주기업협의회 김춘식 사무국장은 “출판사 숫자는 마포가 많을지 몰라도 대형 출판·인쇄 관련 기업은 모두 파주에 있다”며 “출판단지라는 명칭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양정숙 인턴기자(서울대 소비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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