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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가 본 전주국제영화제

중앙일보

입력

4월28일부터 5월4일까지 열리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는 23개국에서 출품된 150여편이 상영된다.

최근 확정된 상영작 리스트를 보면 이 영화제가 포괄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초 내세웠던 단편및 실험영화 위주의 대안(代案)영화를 지향한다는 목표를 살리면서도 칸영화제 수상작 등 장편 화제작도 다수 확보해 '욕심' 을 부린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작품 수준이나 규모면에서 볼 때 5회째로 접어든 부산국제영화제를 긴장시킬 만큼 쟁쟁하다.

특히 대만의 후 샤오시엔(侯孝賢), 실험영화의 대표적 인물 샹탈 애커만, 러시아 출신으로 현재 세계 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알렉산드 소쿠로프 감독의 회고전 등 돋보이는 프로그램이 많다.

상영 프로그램은 매년 열리는 '메인 프로그램' 과 제1회에 개설되는 '섹션 2000' 으로 나뉜다.

메인 프로그램은 다시 '시네마스케이프' 'N-비전' '아시아인디영화 포럼' '한국영화' 부문으로 나뉘고 '섹션 2000' 에는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오마주와 회고전' '미드나잇 스페셜' 이 마련됐다.

주요 프로그램및 작품을 소개한다.

<메인 프로그램>
▶시네마스케이프〓세계 영화의 새로운 경향을 선보인다.
주요작품으로는 '피아노' 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케이트 윈슬렛과 하비 카이텔을 기용해 만든 코미디 '홀리 스모크' 와 작년 칸영화제에서 화제를 뿌렸던 '로망스' 가 있다.

'카메라가 배우 얼굴보다는 허리 아래를 더 비춘 영화' 라는 구설에 올랐던 '로망스' 는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감독의 76년작 '감각의 제국' 을 참조하면서 성적 관계에서 여성에게 진정 문제가 되는 것은 쾌락인가 권력인가를 묻는다.

비슷한 성격의 영화로 '포르노그랙픽 관계' 도 있다.
벨기에 영화로 포르노와 로맨스의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를 성찰한다.

이 밖에 작가 존 버거와 함께 '2000년에 스무 다섯살이 되는 요나' (76년)를 만들었던 노장 알랭 타네는 '요나와 릴라' 에서 이제 25세가 된 요나를 등장시켜 새로운 세기의 젊은이의 초상화를 그린다.

▶N-비전〓필름 영화의 대안으로 떠 오른 디지털 영화 중 수준 높은 최근작을 모았다.

배경음악도 없고 조명이나 필터도 쓰지 않은 채 야외에서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은 '연인들' 은 러브스토리를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잡아냈다.

다큐멘터리 '폭동' 은 1981년 영국 리버풀에서 발생한 소요사태의 진실을 가리기위해 주민과 기자.경찰.정치가.지역운동가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재현한다.

쿠바에서 활동하는 무명 무지션들의 활동과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은 빔 벤더스 감독 작품으로 놓치기 아깝다.

<섹션 2000>
▶오마주와 회고전〓샹탈 애커만.알렉산더 소쿠로프.후 샤오시엔의 작품들과 함께 '정치적 아방가르드 영화' 들이 소개된다.

'비정성시(悲情城市)' 외에는 거의 알려져있지 않은 후 샤오시엔의 대표작 '희몽인생' 과 '연연풍진' '해상화' 등은 영화미학에 새로운 눈을 뜨는 기회를 제공한다.

벨기에 출신으로 여성 영화의 거장인 샹탈 애커만은 페미니즘 범주에 드는 영화작업을 독립적으로 해온 인물. 다섯 편의 영화를 통해 여성의 실존을 탐구해 온 그의 영화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부산영화제에서 '어머니와 아들' 로 한국에 처음 소개됐던 소쿠로프는 삶과 죽음 같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주로 다루어 서방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밖에 '미드나잇 스페셜' 에서는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의 작품과 7시간 18분짜리 '사탄 탱고' 가 상영된다.

또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에서는 이번 아카데미에서 단편 애니메이션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노인과 바다' 등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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