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리랑공연 참가 학생들, 부모 직업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아리랑 공연 출연자들이 종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1일 개막한 북한 집단체조 공연 '아리랑'에 참가한 학생들 대부분은 빈곤한 노동자나 하급간부들의 자녀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층 자녀들은 한여름 땡볕에서 받는 고된 훈련에서 빠지기 위해 선생님들과 집단 체조 지도원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근 평양을 다녀온 한 중국 상인은 "아리랑 공연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부분 돈과 권세가 없는 일반 평민의 자녀들"이라며 "간부나 부유층의 자녀들은 핑계를 대고 요리조리 다 빠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당연히 아리랑 공연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훈련이 워낙 고되고 힘들기 때문이다. 부유층 자녀들은 훈련에 한 달 동안 빠지는 대가로 선생님들과 집단체조 관계자들에게 약 30달러를 건넨다고 한다. 돈 말고도 쌀이나 간식 등을 선생님에게 수시로 바친다.

결국 남는 이들은 빈곤한 노동자나 하급간부의 자녀들이다. 빠져나간 부유층 자녀들은 훈련 대신 개별 과외수업을 받는다.

사진=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일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된 AP통신의 이번 아리랑 공연 동영상을 보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어린이들이 각각 파란색·분홍색의 옷을 입고 갖은 묘기를 선보인다. 음악에 맞춰 공을 튀기고 팔짝팔짝 뛰기도 한다. 한복을 입은 남녀 어린이들이 줄 넘기를 하는 장면도 있다.

북한은 2002년 김일성 90회 생일을 기념으로 처음 아리랑을 시작한 뒤 대외 선전과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외화벌이 수단으로 삼아왔다.

RFA에 따르면 최근엔 아리랑 공연이 연장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당국은 원래 아리랑 공연을 2012년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요즘 2015년까지 연장한다는 설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 주민들은 "누가 보지도 않는 공연을 왜 자꾸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평하고 있다.

2일 조선중앙통신은 "거대한 입체적공간에서 현대적인 음향, 조명설비와 전광장치들, 아름다운 율동과 기백 있는 체조 등으로 황홀한 예술의 무아경을 펼친 공연은 관람자들의 절찬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리랑 공연에 외국인은 거의 없고, 당국이 반강제적으로 동원시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김진희 기자

▶ 아리랑 동영상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