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열풍에 인력시장 '아노미'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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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인력들을 싹쓸이해 가는 경제주체가 대기업이 아니라 벤처기업들의 몫이 된지 오래다. 대기업들은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등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당근''을 제시하며 인력유출을 막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기사가 오히려 친숙해진 상태이다.

이렇듯 벤처로, 벤처로 인력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벤처기업들은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들 야단이다. 벤처회사 관계자들은 "벤처기업의 특성상 즉시 시장에 투입될 전투력으로 무장된 사람이 필요한데 그러한 사람은 전혀 없는 형편"이라며 "결국 잠재 능력을 고려해 사람을 뽑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투자유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벤처기업들이 이제 사업을 급격히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력난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이 없다고 야단하는 기업들이 가장 애타게 찾고 있는 인력은 마케팅 전문가이다.

사람이 없다

최소 3, 4년 경력의 마케팅 기획가, 홍보업무 경력자들은 테헤란밸리에서는 ''금값''으로 통할 정도. 여기에 더불어 엔지니어들, 특히 자바 등 각 분야의 개발자들을 모셔가려는 기업은 많지만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급기야 그 동안 조심스럽게 제기되던 외국 인력의 스카우트까지 업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과 함께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주변인력 확보도 문제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대를 맞아 지적재산권 분야의 인력들도 절대 부족한 형편이며 우수한 벤처기업을 발굴해야 할 투자분야의 전문가, 해외 마케팅 분야의 인력 등 사회 전체적으로 변하는 시대를 이끌어갈 전문인력의 부족문제는 심각한 수준. 여기다 정부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도 손꼽히는 문제다.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우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회 경제적 변화가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급부상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서 경력자를 찾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현실일 수밖에 없다.

교육정책, 이제는 정말 손볼때

그러나 그 동안 우리 정부나 기업의 인력양성 정책이 현재의 인력난을 사실상 잉태해 왔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정부는 정보화 정책을 수행하면서 산업시대에나 걸맞은 산업육성 정책만을 고집할 뿐 사회적 인프라 구축은 등한시해 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벤처를 육성한다면서 자금을 쏟아붓고 초고속망 구축 및 하드웨어 보급 정책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세울 수 있는 것에만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전문인력 양성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교육 정책에 대대적인 손질이 이제는 정말 필요한 때라는 소리가 높다.

어려서부터 개인의 개성을 적극 살려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며 획일화된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체제의 정비 없이는 인력난의 되풀이가 계속될 것은 자명하다. 단기적으로는 외국 고급인력의 수입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한 문제며 대학 교육도 기업과 연계한 실무교육 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나 학계에서 제안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부에서도 전문인력 양성의 문제점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능력있는 사설학원들을 적극 지원, 육성하고 국가 기술자격증 제도의 개정 및 민간 기술자격의 국가 공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적합한 인재 육성을 위해 학교 교과과정을 창의력, 정보활용능력, 외국어 등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인재의 육성을 위한 교과과정으로 전환토록 하고 중등교육부터 대학원 단계까지 원격(cyber) 교육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인력양성 문제는 어느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국가적인 문제이므로 범정부 차원의 응집된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김도석 마이플랜(www.myplan.co.kr)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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