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 MB와 친분” 의혹에 눈시울 붉히며 “사실 무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한 후보자의 ‘청문회 리허설’이 화제였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후보자가 효과적인 청문회 준비를 위해 ‘가게무샤’(그림자 무사라는 일본어로 대역을 의미)를 두고 준비를 했다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청문회를 위해 리허설을 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서울고검 15층 대회의장에서 민간 컨설팅업체 Y사 주최로 모의 청문회를 열었다. 우윤근 법사위원장 대역으론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나섰고, 박지원 의원은 전현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Y사 대표 허모씨가,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박모 감찰2과장이 각각 대역을 맡았다. 대역들은 실제처럼 한 후보자의 각종 의혹을 매섭게 추궁했다고 한다. 이런 리허설은 이후에도 두 번이나 더 열렸다. 리허설 비용은 한 후보자가 냈다고 한다.

 리허설 덕분인 듯 한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적극적인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이 “2007년 지출이 소득을 초과했다”고 지적하자 한 후보자는 “아이템이 많아 표를 준비했다”며 도표를 들어보였다. 민주당 김학재 의원이 서울 행당동 땅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을 제기할 땐 위성사진을 제시하면서 문제의 땅이 ‘자투리 땅’임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8년째 법사위원으로 있는데 후보자가 패널(도표)을 만들어 온 것은 처음 봤 다”고 말했다.

 반면 위장전입 문제에선 자세를 한껏 낮췄다.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의원은 “2002년 9월 당시 장상 총리 후보가 위장전입 때문에 낙마하는 것을 보고도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었던 후보자는 위장 전입을 했다. 이게 도덕적이냐”고 물었다. 한 후보자는 “위장전입은 어머니와 집사람이 상의해서 한 것이지만 모두 제 불찰이다. 자녀 문제라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진 박지원 의원과의 일문문답.

 ▶박 의원=아직 공소시효(4년)가 남아있는 주민등록법 위반자 6894명은 어떻게 처리할 건가.

 ▶한 후보자=법에 따라 처리하겠다.

 ▶박 의원=검찰총장은 사과하면 되고 국민들은 사과해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얘기냐.

 ▶한 후보자=이 문제는 제가 깊이 반성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한 후보자에게 “큰형이 미국에 간 지 30년이 지났는데 이명박 대통령과 친하다는 얘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언론에 나서 형에게 전화를 해 확인을 했다. 형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면서…”라고 말하다가 감정이 북받친 듯 눈시울을 붉힌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형이 (내게) 너무 미안하다더라”고 했다.

 박영선 의원은 청문회 말미에 BBK 사건 수사를 놓고 한 후보자와 언쟁을 벌이다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며 “후보자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에리카 김 재판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데 말씀 함부로 하지 마라. 그 사건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고 고함을 쳤다. 박 의원은 7~8분간 계속 울먹거리며 질의를 했다.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이 “구속수감된 김경준씨가 형 집행 순서를 바꿔 달라고 신청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한 후보자는 “변경 신청을 받아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한 후보자는 최근 북한과 연계된 간첩 사건 등과 관련, “앞으로 공안 역량을 더 강화해 북과 연계된 친북 세력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며 “그동안 공안 역량이 약화돼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글=채윤경 기자, 손국희 인턴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