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한국 더 사랑한 헐버트 서거 때 이승만이 미국 유족에게 보낸 전보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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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헐버트 박사의 서거 소식을 가족에게 알린 영문 전보 원문.


미국인으로서, 대한제국의 국권 회복을 위해 일제에 맞선 호머 헐버트(1863~1949·사진) 박사 62주기 추모식이 5일 오전 11시 서울 양화진 외국인묘지 내 선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 주관으로 열리는 추모식에는 최완근 서울보훈청장과 김을동 국회의원,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다.

 미국 버몬트 주 출신으로 1886년 왕립 영어학교인 육영공원 교사로 한국 땅을 밟은 헐버트 박사는 교육분야 총책임자와 외교 자문관으로 고종황제를 보좌했다. 1905년 을사늑약 후 고종황제의 밀서를 지니고 미국으로 건너가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만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평론』을 통해 일본의 야심과 탄압행위를 폭로하는 등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1907년 이준 열사 등이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1910년 일제에 의해 강제추방된 뒤 한국 땅을 밟지 못하던 헐버트 박사는 1949년 7월 이승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에 다시 왔다. 당시 86세였다. 8·15 광복절 행사 참석차 내한했지만 여독을 이기지 못하고 8월 5일 눈을 감았다.

 유해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다”고 했던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다. 정부는 1950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추모식에서는 헐버트 박사 서거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박사의 가족에게 보낸 영문 전보 등 사료가 처음 공개된다. 큰 딸 앞으로 된 전보에는 “부친이 여기올 때부터 상태가 안 좋았고, 최선의 조치를 취했으나 (돌아가셔서)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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