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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재현의 시시각각

‘독도 포퓰리즘’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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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이제 냉정하게 중간 계산서를 뽑아보자. 독도 문제 말이다. 일본 국회의원 셋이 울릉도를 ‘시찰’하겠다며 김포공항에 내렸다. 한국은 출입국 관리법을 들어 입국 자체를 거부했다. 의원들은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도 되는 거냐”며 9시간 동안 공항에서 시위를 벌였다. 트위터로 자국민을 선동하고, “우리를 구치소에 가두려 한다”는 거짓 주장까지 했다. 귀국한 그들은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정치적으로 톡톡히 이문이 남는 장사라는 것을 직감한 동료 의원들이 줄줄이 “우리도 울릉도에 가겠다”고 나섰다. 처음엔 우익 산케이(産經)신문을 제외하곤 조용하던 일본 언론들도 크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한·일 양국이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법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코멘트한 자체가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치부한 것이므로 일본으로선 흐뭇한 일이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사태를 키웠는가. 물론 일본 의원들이 먼저 도발했다. 그들의 돌출행동은 우리 국민 감정에만 비추어 보자면 ‘테러리스트’에 버금간다. 최소한 자해공갈단급이다. 그럼 자해공갈단에 휘말린 어리보기들은 잘했다는 말인가? 전혀 아니다.

 그래서 ‘독도 포퓰리즘’이란 말이 나온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애국심은 입에 침 튀기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정치인들이 국민 감정에 편승해 ‘젓가락 얹는’ 모습을 보노라면 독도 사유화(私有化)라는 느낌마저 받는다. 독도 사랑과 애국심이 목소리 큰 정치인만의 것도 아닌데 말이다. 처음부터 강경 발언을 쏟아낸 이재오 특임장관, 거기에 한때 올라탄 이명박 대통령도 실수를 했다고 본다. 정권 실세에 대통령까지 나서는 바람에 독도 문제는 순식간에 과잉대표성을 띠고 말았다. 일본 기자들이 2, 3일 이틀간 울릉도를 취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울릉군은 외국인 방문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강릉~울릉도·독도를 운항하는 정기여객선은 일본인 승선을 무기한 거부하기로 했다. 일본인이 울릉군에서 신고필증을 교부받아 독도에 들어가는 게 우리 영유권 확인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왜 못하는지 답답하다.

 한술 더 뜬 것은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다. 오는 12일 독도에서 특위를 열 예정이다. 독도특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한번이라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 극우 인사·단체의 리스트를 작성해 입국금지 대상자에 포함시키라고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말도 안 되지만, 독도(일본명 다케시마)가 일본령이라는 주장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한번이라도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일본인이라면 당연히 총리를 포함해 일본 정부 구성원 전원이 잠재적인 입국금지 대상이라는 얘기다. 가능하다고 보는가. 일본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한·일 기독교의원연맹 일본측 회장 자격으로 한국에 와서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가 민주당에서 쫓겨난 도이 류이치(土肥隆一) 중의원의원 정도가 예외라면 예외다. 나머지 99%는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도 모두 입국금지인가.

 전쟁이라도 벌일 게 아니라면 현 단계에서 독도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실효지배를 다지면서 일본이 주장을 접을 때까지 30년이든 50년이든 기다리고, 그동안 국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다행히 한·일협정(1965년)에는 독도 문제가 언급돼 있지 않다. 일본의 집요한 요구를 뿌리친 덕분이다. 반면 러·일 국교정상화 선언(55년)에서는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이 분쟁지역이다. 중·일도 국교를 정상화(78년)할 때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는 훗날 해결한다’고 합의했다. 역시 분쟁지역인 것이다. 독도가 한·일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이제 냉정을 찾을 때다. 12일 독도에서 국회특위를 열겠다는 계획부터 접기 바란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