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엄친아'들, 아직도 삽질 중…"엘리트 활용 못하면 붕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 [출처=중앙포토]

평양 주요 대학들에 지난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장기 휴교령이 내려졌다. 당국이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평양 10만 세대 살림집 공사 현장에 학생들을 동원한 것이다. 북한 대학들은 올해 신입생도 모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종합대학 등 북한 최고 수재들도 학업을 접고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러시아과학원 게오르기 톨로라야 한국연구소장은 "최근 북한을 방문해 대학을 몇 군데 돌아봤는데 대학생은 건설 현장에 나가 없고, 대학 교수들은 고등학생을 데리고 특별수업을 하고 있더라"며 "장기 휴교령은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에서도 전례가 없는 인재낭비"라고 비판했다.

톨로라야 소장은 "언어나 음악 또는 복잡한 전문지식을 꾸준히 연마해야 할 학생들이 두뇌를 개발하지 않고 단순 노동에 투입되는 것은 개인 뿐 아니라 국가로서도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사정이 나쁠수록 인재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아이단 포스터 카터 명예사회과학 연구원은 "중국이나 미얀마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대학 휴교령을 내린 경우는 있지만, 북한처럼 건설현장에 내몰기 위해 장기 휴교한 예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두뇌를 사용해야 할 대학생을 육체노동에 동원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럽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루디거 프랑크 박사도 "사회주의 체제에서 힘든 노동을 시켜 불만을 잠재우는 일이 드물지 않다"며 "지식인이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북한은 결국 체제 결함으로 붕괴되거나 개혁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희 기자

관련기사
▶北 최고 명문대'엄친아'들 공사장서 삽질 중…대규모 건설현장 투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