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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육상 D-23]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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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에 출전하는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가 의족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프리카공화국·사진). 그는 27일 개막하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빛낼 별 중의 하나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에 종아리뼈가 없었다. 생후 11개월 만에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그 뒤론 보철 의족이 그의 두 다리가 됐다. 그러나 그는 달리기를 사랑했다. 장애인과의 대결을 넘어 비장애인과 당당히 겨뤘다.

 피스토리우스는 지난달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에서 열린 국제육상대회 남자 400m에서 45초07을 기록해 이 종목에서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는 기준기록을 통과했다. 장애를 가진 선수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경쟁한 적은 없다. 피스토리우스는 불타는 도전정신으로 육상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관계기사 25면>

 남아공에서 훈련하고 있는 피스토리우스를 e-메일 인터뷰했다. 그는 훈련 시간이 부족하다며 방문 인터뷰 대신 e-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은 당신에게도 매우 특별한 대회가 될 것 같다.

 “권위 있는 대회에서 조국 남아공을 위해 뛸 수 있어 기쁘다. 대구에서 달리는 날은 내 삶에 있어 가장 자랑스러운 날이 될 것이다.”

 -컨디션은 어떤가.

 “현재 남아공에서 코치와 훈련 중이다. 이탈리아로 건너가 마지막 훈련을 할 예정이다. 느낌과 컨디션 모두 좋다.”

-대구에서 어떤 기록과 역사를 남기고 싶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과 겨룰 기회다. 그들과 경쟁해 살아남는다면 정말 짜릿할 것이다.”

-당신의 도전정신에 전 세계 사람이 큰 감동을 받았다. 도전정신은 어디에서 배운 것인가.

 “나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열심히 준비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나에게 항상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내 노력도 중요했지만 내 주위에 항상 좋은 조력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행운이다.”

 -당신에게 의족은 어떤 의미인가.

 “의족은 내 몸의 한 부분이다.”

 -의족이 달리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있었다.

 “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의족이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할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밝혀냈다. 인터넷에서 악성 코멘트들을 봐 왔지만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다.”

 2008년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이 기록 향상에 월등한 이점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009년 미국 와이오밍대의 매슈 번들 교수는 “피스토리우스는 의족 덕분에 400m에서 최소 10초 이상을 줄였다. 보철 다리가 지면 마찰력을 줄여주고 근육 활용량을 감소시켜 15∼30% 정도 속도에서 이득을 본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은 여전하다.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지 않을 정도로 장애인 특혜를 받는 것을 싫어한다고 들었다.

 “사람은 장애가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난 의족으로 걸어 다닐 수 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이용해야 할 장애인 구역에 주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김종력 기자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국적 : 남아프리카공화국 ▶생년월일 : 1986년 11월 22일

▶ 별명 :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체격 : 1m86㎝·81㎏

▶ 주요 경력 :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육상 남자 T44(절단 및 기타장애) 100m·200m·400m 금메달, 2004년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육상 남자 T44 100m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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