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틀간 106P ↓ 60조 증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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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내 시장도 이틀째 공포에 휘말렸다. 주가와 원화가치·금리가 동반 급락했다. ‘장기불황 속에서의 긴축은 최악’이라는 걱정이 시장을 지배했다.

 3일 코스피지수는 55.01포인트(2.59%) 내린 2066.26으로 마감했다. 이틀간 106포인트 넘게 빠지며 시가총액이 60조원 감소했다. 코스닥지수는 6.15포인트(1.14%) 하락한 531.91로 끝났다. 미국과 유럽에 놀란 외국인이 786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금리는 이틀 연속 빠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일 3.9%에서 2일 3.87%, 3일 3.82%로 미끄럼을 탔다(채권값 상승).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세계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졌다. 원화가치는 단숨에 달러당 1060원대로 추락했다. 3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9.6원 내린 1060.4원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의 주식매도에 따른 송금 수요와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심리가 영향을 미쳤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 소비가 모두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이 커졌다”며 “당분간 미국과 유럽발 외풍에 좌우되는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단기 고비는 이번 주말과 다음 주가 될 전망이다. 5일 미국의 고용지표가 발표되고, 다음 주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고용지표는 경기 회복이냐 디플레이션 현실화냐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FOMC가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를 얼마나 강하게 표현할지도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전망은 이전보다 확실하게 어두워졌다. 실물(수출)과 자금(외국인 투자) 모두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장기불황으로 가고 유럽 재정문제도 장기화된다면 수출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가가 외국에 비해 비싸지 않고 수출도 선방할 것으로 보지만 문제는 외국인 자금”이라고 지적했다. 주가가 많이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지난해 5월과 올 2·5월엔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가는 데 그쳤지만 2~3일엔 미국계가 앞장서 주식을 팔았다.

나현철·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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