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있는' 오락프로 정착

중앙일보

입력

'꼴찌들에게 희망을…. ' MBC가 토요일 오후 6시에 내보내는 오락 프로 '목표달성, 토요일' 의 '목표달성!꼴찌탈출' 코너가 꼴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제목에서 보듯 이 프로는 고등학교 2학년생 꼴찌 5명이 벌이는 힘겨운 '꼴찌탈출' 과정을 폐쇄회로TV로 샅샅이 훑는다.

성적이 반에서 꼴찌인 경기도 일산 정발고등학교 학생 정우진.조재덕.손요한.이재윤.이호진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학교측의 추천을 받아 신설 프로인 '목표달성, 토요일' 에 출연하게 된 것. 이들은 매일 학교수업이 끝나면 MBC가 학교 근처에 마련한 20여 평 합숙소로 달려가 공부를 한다.

목표는 5월에 있을 중간고사에서 반 순위 20등 안에 드는 것. 여기서 일선 학원의 강사로부터 국어.영어.수학.물리 4과목 대해 특별 지도를 받는다.

합숙소에 설치된 4대의 카메라는 이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담는다.

실제 방송되는 시간은 매우 적지만 이들이 보내는 일상이 얼마나 빡빡한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5일에는 여기서 치른 쪽지시험 성적도 공개됐다. 꼴찌들 중에서도 일등과 꼴찌가 갈리는 냉혹한 현실이 드러났다.

정우진 학생은 비록 공부는 꼴찌지만 학교에서는 당당히 반장으로 임명되는 등 교내생활의 또 다른 모습도 보였다.

이 프로의 미덕은 '오락의 교양화' 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몰래카메라' 를 동원한 이런 유의 포맷은 출연자(연예인이 대부분)를 골탕먹이거나 학대하는 식의 저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면서 교묘히 '관음증' 을 부추겨왔다.

크게 보면 '…꼴찌탈출' 도 일종의 몰래카메라라는 점에서는 그런 지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생들에게 카메라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린 상태에서 그들의 학습방법과 고민을 적나라하게 들어봄으로써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순기능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런 예를 얼마전 '왕따' 를 다룬 KBS '일요스페셜' 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이 그 대상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회학습의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다.

'…꼴찌탈출' 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도 없진 않다.

"그 얘들이 꼴찌에서 벗어나면 다른 누군가가 꼴찌가 되지 않겠느냐" 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근욱PD는 "학습에 대한 다양한 동기유발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보는 학생 자신도 꼴찌 탈출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주고자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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