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닷컴업계 속도경쟁… 8초 넘기면 고객 다른 사이트 이동

중앙일보

입력

"초기화면이 뜨는 데 8초를 넘기면 웹사이트로서 가치가 없다."

미국의 웹사이트 관리사인 '키노트' 가 지난해 온라인 고객들을 상대로 '참을성' 실험을 한 후 내린 결론이다.

어느 웹사이트든 초기정보를 접하는 데 8초를 넘길 경우 네티즌들은 예외없이 다른 사이트로 이동해 버렸다. 이들은 5초까지는 별 불만없이 기다리지만 5초를 넘기면서부터는 짜증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닷컴세계가 속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속도는 곧 돈' 이라는 말이 진리로 통한다.

웹사이트 처리속도를 관리해 주는 회사들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포도주는 원래 '빠름' 과는 정반대의 특성을 갖고 있는 상품이다. 오히려 오래 숙성해 늦게 출고(出庫)할수록 값이 더 나간다. 그러나 '와인닷컴' 에서 포도주를 파는 피터 그라노프는 '늦다' 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웹사이트에서 스피드가 없으면 내일이라도 곧 망합니다. 날마다 온라인 고객들의 주문 처리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신규기술을 도입하고, 또 도입을 검토합니다. 아마 내가 닷컴세상에 있는 한 영원히 되풀이해야 할 일일 겁니다." 와인닷컴은 현재 '키노트' 에 신속한 사이트 접속과 초기화면 구동을 맡기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도 키노트에 사이트 속도 관리를 의뢰해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웹사이트 시스템간 충돌로 아마존 사이트에 갑자기 외부 웹사이트 로고가 뜬 이후로는 24시간 속도와 외부침입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미국 최대의 서점망을 갖고 있는 반스앤노블닷컴도 기프위저드라는 관리사에 웹사이트 고속접속 관리를 주문한 상태다.

각종 예술품 쇼핑몰인 아트닷컴은 서비스 메트릭스에 신속한 사이트 구동을 전담시키고 있다.

피크타임에도 초기화면 도달까지 시간을 2초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속도 전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의 닷컴사들이 웹사이트 정보처리 지연으로 입은 손실은 40억달러에 이른다.

실제로 서비스메트릭사가 세금관련 민원이 집중되는 지난해 4월 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주요 세금서비스 관련 사이트에 대한 조사를 벌였는데 초기화면까지 접속시간이 가장 빨랐던 '야후택스센터(1.65초)' 를 제외한 대부분이 '문제의' 5초대를 넘어섰다. '퀵큰 택스센터' 는 6.54초, '1040닷컴' 은 무려 13.97초나 걸렸다.

어머니날 선물판매 사이트에 대한 조사에서는 'FTD 플라워스' 가 평균 0.6초를 기록해 최고속 사이트로 선정됐다.

이밖에 '빅토리아 시크릿' 은 2.81초, 고디바 초콜렛은 3.38초, 홀마크는 7.26초를 기록하는 등 표본조사를 실시한 사이트의 절반 이상이 2초 이상의 초고속 접속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 구매 웹사이트인 '오토웹' 의 디바이어스 사장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소비자들은 오래 기다리지 않고 일관성이 없으며 단시간에 많은 정보를 원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속도는 곧 닷컴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 "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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