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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가 100m 뛰는 9.58초, 당신은 뭘 할 수 있습니까?

중앙선데이

입력

볼트가 2008 베이징 올림픽 100m에서 우승한 뒤 푸마 러닝화를 보여주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푸마 측은 “이 장면이 방송된 지 한 시간 만에 같은 종류의 제품 200만 켤레가 팔렸다”고 전했다. [중앙포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 그는 100m를 9초58에 달린다.
그의 DNA에는 생존을 위해 달린 원시 인간의 본능이 새겨져 있다. 잘 빠진 스포츠카가 탄력을 받아 질주하는 듯한 그의 스퍼트를 보고 있노라면 창을 들고 초원을 달리는 인간 야생의 역사가 떠오른다.
볼트가 온다. 8월 27일 대구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이 ‘번개 볼트’를 볼 수 있는 무대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날랜 선수들이 대구로 모이지만 볼트는 이들 중 특급 주연이다. 축지법을 쓰듯 공기 저항을 뚫고 돌진하는 그를 눈앞에서 본다는 건 일생일대의 행운이다. 고맙게도 그의 쇼는 100m, 200m, 400m 계주 등 세 차례나 펼쳐진다.

볼트의 등장에 술렁이는 건 육상팬들만이 아니다. 뛰어난 스타성과 쇼맨십을 지닌 볼트를 활용해 스포츠 마케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볼트를 포함해 자메이카 육상팀을 후원하는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대구를 ‘볼트의 잔치판’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FAAS FAST’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맞아 푸마가 준비한 ‘볼트 따라잡기’ 이벤트다. 푸마의 러닝화인 파스(FAAS)를 신고 30m 트랙을 달리면 전자기기가 이를 100m 기록으로 환산해 준다. 볼트의 100m 기록이 입력된 볼트 모형 로봇도 함께 달린다.

지난 6월부터 중국·홍콩·말레이시아 등에서 예선이 치러졌고, 국내에서는 8월 7일(서울 여의도공원), 13일(부산 구덕운동장), 19일(대구 이월드)에서 예선전이 열린다. 중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며 8월 1일부터 푸마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사전 등록을 못했을 경우 현장에서 직접 참가 신청도 가능하다. 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10명과 국내 예선을 거친 6명 등 총 16명이 8월 20일 대구 현대백화점 특설무대(예정)에서 볼트가 참석한 가운데 결승전을 치른다.

이신바예바

‘9.58초 동안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이벤트도 재미있다. 볼트가 100m 세계신기록을 세운 이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내주면 된다. 커다란 햄버거 먹기, 자장면 한 그릇 비우기 등 뭐든 가능하다. 흰색 티셔츠에 볼트의 이번 대회 100m 예상 기록을 프린트해 입고 오면 기록을 맞힌 사람에게 자메이카 여행권 등 푸짐한 상품을 주는 행사도 있다.

볼트의 푸마 사랑은 특별하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푸마는 영원한 파트너다. 어릴 때부터 함께 해 왔으며 부상을 당했을 때도 내 곁을 지켜줬다. 다른 브랜드로 교체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푸마는 볼트가 세계주니어선수권 200m에서 우승한 2002년부터 그를 후원하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육상 100m에서 당시 세계신기록(9초69)으로 금메달을 딴 볼트는 TV 중계 카메라 앞에서 자메이카 국기와 함께 푸마의 로고가 선명한 황금색 스파이크 슈즈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김동욱 푸마코리아 스포츠마케팅 팀장은 “볼트가 황금색 운동화를 양손에 든 장면이 나간 지 한 시간 만에 전 세계에서 같은 디자인의 러닝화 200만 켤레가 판매됐고 베이징에서 푸마 매출은 10배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스포츠산업 전문 월간지 스포츠프로 6월호가 발표한 ‘가장 상업적 가치가 높은 스포츠 선수’에 볼트가 1위로 뽑혔다. 지난 3년간 활약한 스포츠 스타들의 시장성과 잠재력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해 1위였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볼트에게 밀려 2위가 됐다.

푸마는 지난해 볼트와 계약을 3년 연장하며 2억5000만 달러(당시 약 3000억원)의 특급 대우를 해 줬다. 이 액수는 계약금과 볼트 이름을 딴 특별 상품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를 합친 금액이다. 푸마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을 25억 유로(약 3조7000억원)에서 40억 유로(약 6조500억원)로 키우기 위한 5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번 대구세계육상과 내년 런던 올림픽, 그리고 우사인 볼트가 있다.

스포츠 마케팅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활용하면 빠르고 거부감 없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NBA 전설 마이클 조던(38·샬럿 밥캐츠 구단주)과 나이키다. 1964년 미국 오리건주 구멍가게에서 출발한 나이키는 조던을 통해 세계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가 됐다.

대구육상에서 주목해야 할 브랜드는 중국의 리닝이다. 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딴 중국 체조의 영웅 리닝(48)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세운 리닝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스포츠 브랜드의 새 강자로 약진 중이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한 중국 대표팀 후원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리닝은 2010년 브랜드가치 142억5200만 위안(약 2조3350억원)으로 중국 500대 브랜드 중 50위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리닝이 나이키를 제치고 청소년이 선호하는 브랜드 1위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에서 리닝은 2009년부터 후원해 온 여자 장대높이뛰기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를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아직까지 대구육상 관련 마케팅 계획을 꼭꼭 숨기고 있다. 나이키는 의족 선수로 유명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남아공), 아디다스는 여자 높이뛰기 1인자 블랑카 블라시치(28·크로아티아)를 후원하고 있다.

김종력 기자 raul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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