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민영화, 이젠 접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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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호 02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면 자연스레 다른 나라 공항들과 비교하게 된다. 그때마다 인천공항에 탄복한다. 하드웨어(시설)와 소프트웨어(운영) 등 어느 것 하나 외국 공항에 뒤지기는커녕 오히려 낫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 아이콘임에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얼굴이 화끈거린다. 공항을 건설할 때 나는 반대론자였기 때문이다. 여력이 없는데 무슨 새 국제공항이냐, 김포공항을 확장해 쓰자고 했다. 낯뜨거운 과거의 잘못이다.

김영욱의 경제세상

인천공항 민영화 문제가 요즘 재론되고 있다. 인천시 구청장들이 며칠 전 민영화 중단을 정부에 요구했고, 송영길 인천시장도 민영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물론 여전히 민영화 추진이다. 9월에 법을 바꿔 일부 지분만이라도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인천공항이 잘하고 있느냐는 문제다. 민영화 반대론자들은 인천공항이 잘하고 있다는 쪽이다. 세계공항협의회 서비스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고, 개항한 지 4년 만에 흑자를 냈으며, 순이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잘하고 있는 건 아니란다. 다른 공항보다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는 항목도 많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운영권 문제다. 반대론자들은 민영화하면 공항 운영권이 민간자본, 특히 외국자본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공공성은 뒷전, 수익성이 최우선이 된다는 것이다. 이·착륙료나 공항 사용료를 인상하고, 공항에는 상점만 가득 찬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해도 항공사와 여행객이 대항할 수단이 없다. 인천공항이 수도권의 국제선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독점의 횡포다. 하지만 정부는 기우(杞憂)라고 반박한다. 정부 지분을 최대한 팔아봐야 49%다. 나머지 51%를 계속 갖고 있어 운영권은 그대로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설령 정부 말이 맞다고 해도 나는 인천시 편이다. 공기업 체제로도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정부 주장대로 효율성 부족이 맞다고 해도, 정부로부터 온갖 간섭을 받는 공기업이 이만하기 쉽지 않다.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과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 등 유수의 공항들이 전략적 제휴를 하자며 찾아올 정도라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공항 운영권을 여전히 정부가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도 100% 믿기 어렵다. 경영권을 가질 수 없는데 투자한다면 수익성 때문이다. 세상에 그 어느 자본이 손해 보며 투자할 리 없기에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일리 있다.

기업 지배구조는 함부로 손대는 게 아니다. 기업은 물론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의 산물이라서다. 중요한 건 지배구조가 아니라 기업이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느냐다. 민간기업이라면 이익 많이 내고 경쟁력을 높여주는 지배구조가 최고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공기업이 비판받는 건, 그래서 민영화 요구가 강한 건 방만과 비효율의 대명사라서다.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이 감시에 소홀한 틈을 타 온갖 집단들이 달려들어 뜯어먹고 있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는 갈수록 극성이고, 노조는 그걸 자기 잇속 챙기는 데 쓴다. 적자는 누적되고 빚만 쌓이는 까닭이다. 22개 공기업만 따져도 부채가 212조원에 달하고, 빚이 5년 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는데도 성과급은 1조원이 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민영화를 해서 주인을 찾아주자는 게 힘을 얻을 수밖에. 하지만 인천공항은 다르다. 현재의 구조로 잘하고 있기에 굳이 민영화를 할 이유가 없다.

정부 입장에선 지분 30%만 팔아도 4조원이 들어온다니 민영화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재테크 목적에서도 인천공항 민영화는 맞지 않다. 이미 사놓은 14개 종목의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하락하고, 나머지 한 종목만 대박 날 것이 기대된다고 하자. 주식 고수라면 답은 하나다. 손절매를 해서라도 14개는 떨어내고 한 개는 계속 보유하는 거다. 한 개는 인천공항이고, 14개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 지방공항들이라는 얘기다. 인천공항 주식은 정부가 계속 갖고 있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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