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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빅, 체포 순간 “다 끝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다 끝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우퇴야 섬에서 68명의 청소년을 사살한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출동한 경찰에 항복하며 던진 말이다. 체포 순간 브레이빅은 스스로를 강하게 하기 위해 마약을 복용한 상태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28일 브레이빅이 정부청사를 폭탄 테러했을 당시의 장면을 분석한 CCTV(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폭탄 전문가들은 브레이빅이 오슬로 정부 청사 밀집지역에서 트럭에 장착된 폭탄 도화선에 불을 붙인 뒤 1분15초 만에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폭탄 테러로 8명이 숨지고 총리실이 있는 17층 건물이 크게 훼손됐다.

 오슬로 인근 구치소에 수감된 브레이빅은 교정 당국에 특식과 노트북 컴퓨터를 달라고 요구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28일 보도했다. 자신이 인터넷에 올린 1500쪽의 글과 폭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확인하기 위해 노트북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독방에 갇힌 브레이빅은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 감시를 받고 있으며 목사·의사·변호사와의 접촉만 허용된 상태다.

 브레이빅의 변호를 맡은 게이르 리페스타(47) 변호사는 과거에도 인종차별 범죄의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02년 노르웨이 최초의 인종차별 범죄인 올레 니콜라이 크바이슬러 사건을 맡았다. 극우 나치 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크바이슬러는 공범과 함께 노르웨이인 어머니와 가나인 아버지를 둔 15세 소년 벤자민 헤르만센을 오슬로 교외의 주차장에서 살해한 혐의로 17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은 국외에서도 반향을 일으켜 고(故) 마이클 잭슨이 희생자를 위한 헌정 앨범을 내놓기도 했다. AFP통신은 리페스타의 과거 변론 경력이 브레이빅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리페스타가 경찰로부터 “이번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변호사로 당신을 원한다”는 전화를 받고 충격을 받았으며 가족·동료와 상의한 뒤 고심 끝에 사건을 맡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리페스타는 “(브레이빅이 증오하던) 노동당원인 나를 변호인으로 지목해 당황스러웠다”며 “그러나 민주적인 사법시스템에서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리페스타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브레이빅이 정신 이상 테스트를 받지 않으면 변호를 그만두겠다”고 말해 정신 이상을 변론의 근거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많은 법률 전문가들은 “브레이빅 측이 정신 이상을 주장하더라도 이번 연쇄 테러가 워낙 잘 짜인 계획하에 실행됐기 때문에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정현목·이현택 기자

전희원(숙명여대 언론정보4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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