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기료 4만원 가정, 다음 달부터 800원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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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다음 달부터 주택용 전기료가 2% 오른다. 도시 4인가구 기준 월평균 4만원가량인 전기요금이 800원 정도 오르게 되는 셈이다. 농사용과 전통시장 영세상인용 요금은 동결한다. 반면 대형 건물용·대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6.3% 올린다. 또 호화주택과 골프장 야간조명시설에는 부담을 무겁게 물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주택용·일반용·산업용 등을 합한 전체 전기료 인상률은 4.9%다. 대신 중장기 전기요금 로드맵이나 연료비의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 시행은 미뤄졌다. 고공행진하는 물가 때문이다.


 26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정재훈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여러 번 전기요금을 조정해 봤지만 이번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은 보통 시행 2~3주 전에는 공개되는 게 상례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는 막판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정부 부처 간,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 간 치열한 기싸움도 이어졌다.

  지경부가 애초 추진한 인상률은 7.6%였다. 한국전력이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팔다 보니 3년간 누적적자가 6조1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요금은 원가의 86.1% 수준이다. 요금이 싸다 보니 겨울철 난방을 석유가 아닌 전기로 해결하는 등 과소비 논란도 벌어진다. 경제 논리대로면 대폭 인상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민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치권은 막판까지 2%대 인상을 주장했다. 공공요금의 ‘상징’ 격인 전기료가 대폭 오를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들쑤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결국 4.8%를 들고 나온 기획재정부의 주장이 먹히면서 최종 인상률은 4.9%로 결정됐다. 타협이라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물가 논리’의 승리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주택용 요금 인상률은 평균 인상률에 크게 못 미치는 2%로 결정났다. 지경부는 “이번 인상이 소비자물가를 0.038%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번 요금안에는 차등 인상, 저소득층 지원 방식 변경 등 각종 ‘미시 대책’들도 포함됐다. 정부가 손댈 수 있는 요금 조정 폭이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 저소득층 부담 완화 등 각종 ‘정책 의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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