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원 싼 ‘대안 주유소’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일반 주유소보다 L당 70원쯤 싼 ‘대안 주유소’ 도입이 추진된다. 지식경제부 정재훈 에너지자원실장은 26일 “기름 값 인하를 위해 ‘사회적 기업형 대안 주유소’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공익단체·공공기관·대기업(사회공헌 차원)·소상공인연합 등의 참여를 예상하고 있다. 지경부는 “필요하면 참여업체들이 최소한의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대안 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의 10% 정도가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일종의 ‘주유소판(版) 미소금융’ ‘주유소판 보금자리 주택’인 셈이다.

 지경부는 이날 주유소 업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 실장은 “대형마트 주유소의 경우 지금도 인근 주유소보다 60~70원 싸다”며 “사은품·세차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고 셀프 주유를 원칙으로 한다면 대안 주유소가 충분히 70원가량은 싸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기업이 사회공헌 형태로 참여한다면, 예컨대 ‘미소금융’ 방식의 운영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경부는 대안 주유소가 일반 주유소에 비해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공공주차장 등 국공유지나 공영개발택지 등에 건설해 초기 투자비용을 줄이고, 석유공사 등이 국제시장에서 대량으로 싸게 들여와 석유를 공급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며 반발, 논란이 예상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 주유소 건립에 갖춰야 하는 소방 안전 기준이 있는데 공공주차장 등에 무턱대고 지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석유공사가 석유제품을 국제시장에서 사오는 것도 품질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전국 주유소가 1만3000개인데 적정 개수는 8500개로 이미 포화상태”라며 “녹색성장 한다며 석유 수입 환경 기준을 깐깐히 할 때는 언제고 또 완화하겠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장경제를 흔드는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이 있고, 시장 참여자가 있는데 처음부터 특혜를 받으며 시장에 진입하고 손실이 나면 세금에서 보존해 준다면 시장경제의 틀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경제를 흔드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안 주유소가 확대되면 무폴주유소·마트주유소와 함께 ‘정유사-주유소’의 획일적 유통구조를 깨고 경쟁을 촉발시키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경부는 이와 함께 현재 특별·광역시에만 허용된 대형마트 주유소 설립을 향후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최중경 장관은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석유 유통시장에 성역(聖域) 없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민근·한은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