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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월드] 정보전달 속도가 삶의 질 결정

중앙일보

입력

나는 최근 6년동안 무선으로 초당 1.5메가비트의 인터넷 접속, 초당 1백메가비트의 유선 LAN, 초당 10메가비트의 무선 LAN을 통해 집안 어느 방에서나, 아니 정원 한모퉁이에서도 정보를 주고 받는 기쁨을 누려왔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일반인들의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다이얼 접속, 로그 인, 쌓인 전자우편 처리, 느린 인터넷 서핑 등으로 컴퓨터 모니터에 뭔가 뜰 때마다 비생산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경험들은 이제 과거사가 되고 말았다.

일과 놀이 사이의 명확한 구분도 없어지고, 화면에 가끔 신경만 쓰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만 일을 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WWW를 ''월드 와이드 웹'' 이 아닌 ''월드 와이드 웨이트(wait;속도가 느리다는 의미)'' 라고 비꼬기도 하지만 웹은 급속도로 쾌적한 도구가 돼가고 있다.

실제로 세계 어느 도서관이나 동물원, 박물관, 대학, 기업, 온라인 상점에도 순간적으로 접속이 가능하지 않는가.

일과 놀이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하는 테크놀로지는 결국 생활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브로드 밴드(광대역)의 상시 접속으로 어떠한 컨텐츠에도 바로 접근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이는 분명히 디지털화의 경이로운 현상이다. 한 예로 온라인 접속을 하기 위해 방에 처박혀 바깥세상과의 교류를 단절할 필요가 없어진다.

날씨좋은 여름날 정원에 앉아 식사와 와인을 즐기면서 노트북으로 엑세스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가. MP3 형식의 음악파일은 수초만에, 영상도 몇분만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전화라고 하는 귀찮은 물건을 거치지 않고 신속한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차원의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지난번 내가 미국에 갔을 때 묵었던 호텔 중에서 두곳은 반갑게도 방에 초당 1.5메가비트의 포트가 설치돼 있었고 이용료도 하루에 9달러에 불과했다.

현재 내 노트북에는 2개의 하드디스크에 모두 37기가바이트가 깔려있다. 메모리는 2백메가바이트, 중앙연산처리장치(CPU)규모는 3백50㎒다. 아마도 초당 1메가비트 이하로 자료를 전송하겠다고 하면 내 노트북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될 것이다.

내가 일상적으로 다루는 파일의 사이즈도 1메가바이트를 훨씬 넘어 버렸다. 모뎀을 이용한 다이얼 접속으로는 기껏해야 텍스트 파일과 간단한 화상, 화질이 떨어지는 사진 정도밖에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류가 더욱 발전하려면 초당 킬로비트 단위의 접속으로는 한계가 있다. 메가비트 단위가 되야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유.무선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광대역 접속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기쁜 소식이다.

비용절감은 물론 가까운 장래에 언제 어디서나 이용이 가능한 날이 오고있는 것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 . "너무 빠르다고 곤란할 것은 없다" 는 것이다.

피터 코크란, 브리티시 텔레콤 수석 테크놀로지스트

<일 주간 다이아몬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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