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아존중감 기른 두 여중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제집만 열심히 푼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니다. 문제집을 열심히 풀게 만드는 학습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교육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경험이 적은 초·중생들이 스스로 학습동기를 갖기란 쉽지 않다. 촉매제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자아존중감이다. ‘나는 내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자아존중감으로 생활태도를 바꾼 채영주·이주은양을 만났다.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쁜 상황 극복

 채영주(경기도 김포시 분진중 2)양은 청소년골프 선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가도를 이어가며 유망주로 촉망 받고 있다. 채양의 아버지 채명식(45)씨는 “스스로 실천하는 자율성을 갖게 됐다”며 채양의 변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채양은 불만이 더 많은 아이였다. 다부지고 날씬한 몸매인 데도 친구들과 비교하며 만족해하지 못했다. 사소한 일에도 곧잘 화를 냈다. 그 때마다 채씨가 “그러면 너만 더 힘들어질 뿐”이라며 “침착한 마음을 기를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채양에겐 마음을 조절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골프 경기 중이었다. 실수가 잇따르면서 OB(Out of Bounds, 공이 골프 코스를 벗어나 벌점을 받는 규칙)가 세 번이나 발생했다. 경기가 뜻대로 되지 않자 골프채를 내던졌다. 그날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후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 한 청소년교육기관에서 자아존중감을 기르는 교육을 받았다. 자신의 장점을 발견, 이를 활용해 목표를 이뤄가는 교육과정이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과 함께 서로 장점 발견하기, 칭찬하기, 나쁜 습관 목록을 적고 고쳐나가기 등을 훈련했다. 화가 난 마음을 다스리는 법도 배웠다. 특히 안 좋은 상황에서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연습을 반복했다.

“이젠 경기가 안 풀리면 ‘과거는 잊자. 앞으로 잘하자. 난 잘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요. 닮고 싶은 애니카소렌스탐, 신지애 등을 떠올리며 마음도 추스려요.”

 그 결과 채양은 지난해 여름 이후 각종 학생골프대회에 6번 출전해 4번 우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2년 전엔 4번 출전해 1번 우승에 그쳤었다. 75점이던 국어 성적도 96점으로 올렸다. “이젠 골프를 연습할 때 부모님이 더 이상 지켜보지 않아요. 제가 스스로 집중하며 훈련한다는 걸 아시니까요.”
 
친구 마음 헤아리며 대화하니 성적도 올라

 이주은(서울 대림중 3)양은 친구들 사이에서 코미디언으로 불린다. 재치어린 말솜씨로 친구들을 웃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양의 어머니 강한숙(43)씨는 “늘 나와 말싸움을 벌이던 딸이 ‘엄마 고마워요’라는 말을 해 감동했었다”는 말로 딸의 변신에 대한 칭찬을 대신했다.

 이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경질적인 아이였다. 일찍 귀가하라는 엄마의 지적에 툴툴대거나 일부 친구들의 행동이 거슬리면 버럭 화를 냈다. 친구들은 이양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지난해 여름 강씨는 이양에게 한 청소년교육기관의 리더십 교육에 참가할 것을 권했다. 이양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덜하다고 판단해서였다. 이양은 교육을 받으며 여러 번 당황했다. “한번은 공부하는 이유와 장래희망을 써보라는 거에요. 특히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쓰라는 드림 리스트(Dream List) 종이를 받고 속상했어요. 옆 친구들은 술술 적어내려 가는데 난 하나도 못썼거든요.” 되돌아보니 이양은 자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양은 며칠을 고민했다. ‘내가 진정 즐겁고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요리사와 사진작가로 결정했다. 엄마와 함께 요리할 때, 사진기를 만질 때 행복해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이양은 어머니에게 달려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학교 성적도 올랐다. 사회·과학이 30점대에서 70, 80점대로, 수학·영어가 50, 60점대에서 90점대로 껑충 뛰었다. “이젠 친구의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친구들과의 대화가 즐거워요.”

●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법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자신이 어떤 분야에 흥미와 재능을 갖고 있는지를 탐색·발견한다.
-봉사활동에 자주 참여한다. 남에게 도움을 베풂으로써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란 마음을 기른다.
-작은 성취감부터 맛보는 연습을 한다. 이때 부모나 친구가 격려·칭찬하면 도전하는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다.
-결과를 만들어낸 자질을 칭찬한다. 시험점수가 아니라 성적을 내기까지의 끈기와 의지를 발휘한 학습태도를 칭찬하면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
-열등감을 일으키는 요인들을 정리한다. 이를 하나씩 고쳐나간다. 마음 속에 감추기보다 끄집어 내면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
※도움말=고정용 카네기연구소장, 김지윤 휴넷주니어성공스쿨 청소년리더십교육전문가, 홍승표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소장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김경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