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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휘트니 비엔날레 23일부터

중앙일보

입력

코끼리 배설물과 포르노그래피 사진으로 장식된 흑인 성모 마리아 등 충격적인 작품을 전시해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던 '센세이션(sensation) ' 전의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오는 23일부터 열리는 뉴욕 휘트니 비엔날레에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를 나치에 비유한 설치 작품이 출품되기 때문.

줄리아니는 지난해 말 '센세이션' 전을 개최한 브루클린 박물관을 맹렬히 비난하며 지원금을 동결하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 소유 건물에서 강제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었다.

문제의 작품은 뉴욕에 거주하는 독일 출신 미술가 한스 하케(64) 의 '새니태이션(sanitation:위생) ' . '센세이션' 과 발음도 비슷하다. 이 작품은 스피커가 부착된 깡통 여러 개를 벽에 붙이는데, 스피커에서는 군대의 행진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에 금빛 액자에 넣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표현과 언론의 자유) 와 6개의 인용 문구가 붙는다. 히틀러가 즐겨 썼던 특유의 고딕체로 쓰인 인용 문구 중 3개는 "관장이 정신차릴 때까지 브루클린 박물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 는 등 그간 줄리아니 시장이 해온 말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휘트니 미술관의 주요 후원자이자 창립자의 며느리인 메리루 휘트니(73) 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휘트니는 "도저히 '예술' 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작품이다. 이런 것을 전시한다면 해마다 내던 기부금을 낼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는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을 주려 했던 유언장 내용도 수정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예정대로 전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표현의 자유' 를 둘러싸고 다시 한바탕 논란이 벌어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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