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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닷컴이즘’이 지배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69년 미 국방부의 ‘아르파넷’(ARPANET)에 기원을 둔 인터넷이 태어난 지 벌써 30년. 이제 인터넷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분리해서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그리고 21세기 ‘인터넷 대혁명’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첨병으로 등장한 ‘닷컴’. ‘닷컴’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인가.

''소금구이.com’(소금구이닷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전철역 부근의 일명 먹자골목에 위치한 한 대중음식점의 상호다. 이 음식점 부근에는 비슷한 메뉴로 장사하는 또 다른 고깃집들이 널려 있지만 저녁 식사시간 무렵이 되면 유독 ‘소금구이닷컴’을 찾는 손님들로 가게는 발디딜 틈 없이 붐빈다.

지난해 9월 개업했다는 가게 주인 박경옥(52·여)씨는 “처음에는 손님들에게 상호가 어색해 보일까봐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오픈하고 보니 손님들 반응이 예상 밖으로 좋았어요.”라며 흐뭇해 한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다름아닌 인터넷 웹 제작업체 기획실에 근무하는 박씨의 딸 고해진(26)씨였다.

“물론 음식 맛이 좋아야 손님들이 자주 찾겠지만, 몇 십년 전통을 가진 가게가 아닌 이상 간판을 보고 들어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강한 인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손님이 와야 음식 맛을 선보이든지 할 것 아닌가요?”

홍익대 학생들을 비롯해 30대 초반의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상권임에 착안해 그들에게 친숙한 인터넷 주소(도메인)를 상호에 이용한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 고씨의 설명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 중에는 “가게 이름이 독특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에서부터 “인터넷에 음식점 홈페이지가 정말 있느냐” “이름이 좋아서 같은 상호로 장사를 하려고 하는데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느냐”는 등의 문의까지 각양각색이라고 한다.

■ 음식점 상호에까지 등장한 ‘닷컴’

처음에는 딸의 제안에 반대했던 박씨도 먹자골목에서 매출액 최고 음식점으로 대성공을 거두자 모두 ‘소금구이닷컴’이라는 상호 덕을 톡톡히 본 때문이라고 말한다. 평소 인터넷을 이용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 이 나이에 인터넷은 무슨… 완전 컴맹이에요. 하지만 왜 사람들이 너도나도 인터넷, 인터넷 하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아요”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닷컴’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생소한 말이었다. 하지만 눈치챌 새도 없이 ‘닷컴’은 어느새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국내에서는 일반 음식점 등 개인사업장에서 박씨의 가게처럼 인터넷 주소를 상호나 상표로 등록해 사용하는 경우는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외국의 경우,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구유럽에서 ‘닷컴’의 출현은 훨씬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분야에 따라서는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가 있다. 대기업을 비롯한 일반기업체와 공공기관에서의 인터넷 주소를 이용한 상호·상표화도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이자 인터넷 쇼핑의 대명사 ‘아마존닷컴’(amazon.com)은 ‘닷컴’기업의 실질적인 원조격이자 가장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흔히 우리가 ‘아마존’이라고 부르는 이 회사의 정식 이름은 ‘amazon.com.Inc’이다. 도메인네임이 곧 사명(社名)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근무하던 서른살의 샐러리맨 제프 배조스가 시애틀에서 창고 하나를 빌려 전 재산인 100만달러를 투자해 직원 7명과 시작한 ‘아마존닷컴’은 이제 인터넷 업계의 신화가 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인터넷을 통한 책 판매사업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5년이 지난 현재는 너도나도 ‘아마존닷컴’을 벤치마킹 할 정도로 인터넷 사업의 성공 전형으로 여겨진다.

‘아마존닷컴’이 취급하는 서적은 책 종류만 세계 전체의 300만종 가운데 80% 이상을 차지하는 250만종에 이용 고객만도 160여개국 200만명에 달한다. 또 연간 매출액도 1억달러를 상회하며 회사가치는 2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존닷컴’은 여타의 인터넷 업체와 비교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아마존닷컴’이지만 미국 시애틀을 비롯해 전 세계 어디에도 책 판매를 위한 단 한군데의 매장을 갖고 있지 않다. 바로 ‘순수 인터넷 기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최근 사업영역 파괴를 통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른바 제2세대 ‘닷컴’회사와 구별되는 제1세대 ‘닷컴’회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을 비롯해 ‘인터넷의 본고장 미국에서 ‘닷컴’은 더욱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개념으로 사회 각 분야에 널리 퍼져있다.

최근 ‘도메인네임’을 붙여 마을 이름을 개명한 것은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미국 오리건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인 하프웨이는 서적·음반·비디오 할인판매 웹사이트인 ‘하프닷컴’(half.com)의 제의를 받아들여 마을 이름을 이 웹사이트와 같은 ‘하프닷컴’으로 바꿨다.

■ 마을 이름도 ‘하프닷컴’으로 바꿔

하프웨이 시당국은 ‘하프닷컴’으로부터 7만5,000달러의 현금과 20대의 컴퓨터 제공, ‘하프닷컴’ 웹 사이트에 마을 소개 웹사이트 링크를 조건으로 1년간 마을 이름을 ‘하프닷컴’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하프닷컴’ 측은 광고효과를, 시는 관광객 증가 등으로 인한 재정수입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또 미국 프로골프(PGA)대회 이름에 인터넷 도메인 명칭이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오는 8월 미국 네바다주 르노에서 열리는 PGA투어 르노-타호 오픈은 3년간 375만달러(약 45억원)를 받고 ‘그린닷컴(GREEN.com) 르노-타호’로 대회 이름을 변경하는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미국 애리조나에 자리잡은 ‘그린닷컴’은 인터넷을 통해 골프 부킹 예약을 받는 ‘골프게이트웨이’사의 새 이름이다). PGA투어에 회사명이나 인명을 쓴 대회는 있었지만 인터넷 도메인명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포츠 각 분야에서 이같은 제휴가 일반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들어섰지만 전 세계적으로 ‘닷컴’회사의 눈부신 성장과 성공에 자극받아 지난 6개월 동안 ‘닷컴’ 회사로의 발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사실은 매일 접하는 신문과 방송의 광고를 통해서도 금방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솔엠닷컴’(한솔M.com)의 경우. 018 PCS 사업자인 한솔 PCS(사장 정의진)는 지난해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사명을 ‘한솔엠닷컴’으로 확정, 지난 2월1일부터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사명 ‘한솔엠닷컴’은, ‘모바일’(Mobile)의 의미를 담은 ‘M’과 인터넷을 상징하는 ‘닷컴’(.com)을 조합한 것으로, 향후 ‘IMT-2000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정보통신을 선도하는 모바일 인터넷 최강기업의 비전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한솔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처음 광고가 나갔을 때 생소한 이름 조합으로 소비자들을 다소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단기간내에 기업의 이미지를 강하고 효과적으로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차원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통한 홍보 효과의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인터넷의 대중화 바람이 거세게 불어 정보통신업계가 가장 주목받는 시기와 적절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 유통왕국을 추구하는 롯데그룹 역시 전자상거래 공략을 위해 최근 ‘롯데닷컴’(LOTTE.com)을 설립,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롯데닷컴’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그넷·세븐일레븐 등 롯데의 실물유통망과 노하우를 롯데의 사이버 사이트인 ‘HELLO SEOUL’(www.helloseoul. co.kr)과 접목시킨 것이다.

롯데닷컴은 이 사이트를 통해 고객이 제품을 주문하면 가장 가까운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해당제품을 전달받고 대금을 결제하는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 사이트는 고객에게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쇼핑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버 생활문화 공간화할 계획으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롯데닷컴의 출현은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 주도권이 기존의 순수 인터넷기업에서 점차 유통업체를 거느린 기업들로 넘어가는 최근 경향을 반영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런 추세는 비단 정보통신이나 유통 관련 업체에서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다. 인터넷 사업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언론·출판업계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사의 뉴미디어 계열사인 ‘마이다스 동아일보’가 최근 사명을 ‘동아닷컴’(dongA.com)으로 바꾸고 새롭게 인터넷 사업 및 벤처투자에 들어갔으며 한국경제신문사는 국내 유수의 10개 기업과 손잡고 자본금 100억원의 인터넷 전문기업인 ‘한경닷컴’(hankyung.com)을 설립, 경제 및 재테크 정보 분야에서의 포털사이트를 목표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판계의 중견업체인 영진출판사 역시 ‘영진닷컴’(youngjin.com)으로 개명하고 전자출판, 컴퓨터 교육,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분야로의 적극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닷컴’회사 역시 전세계적인 기업영역 파괴 붐에 편승해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 도메인네임은 기업 이미지와 직결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닷컴’으로 대표되는 도메인네임은 이제 단순한 인터넷 주소로서가 아닌 그 자체로 기업을 상징하는 하나의 대표 이미지, 즉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터넷 기업들, 특히 ‘닷컴’기업의 공통점은 ‘브랜드 마케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닷컴’회사들에 브랜드 이미지는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라는 판단 때문이다.

다가오는 가상사회에서는 복잡한 문구 대신 단순한 이미지와 메시지들이 수없이 많이 그리고 순식간에 통신망을 타고 날아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짧고 강력한 이름(브랜드)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터넷과 전자상거래(EC)가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세계경제체제 하에서는 바로 ‘닷컴’으로 대표되는 도메인네임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미국의 시장분석 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는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지난해 광고비용이 1998년과 비교해 두배인 17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최근 발표했다.

‘아마존닷컴’의 경우 지난해 4분기중 광고비용을 당초 계획의 3배 수준인 1억달러 이상으로 늘렸다. 또 타임워너와 합병해 올초 세계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메리카온라인(AOL)도 전체 매출의 14%에 해당하는 9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금액을 광고·마케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신생 ‘닷컴’회사들의 경우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돈의 90% 이상을 광고와 마케팅 비용으로 지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광고·마케팅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결과 성공한 ‘닷컴’ 기업을 비롯한 일부 인터넷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는 일반 대기업들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AOL은 이미 애플컴퓨터와 버거킹을 앞섰으며 ‘아마존닷컴’도 미국의 유명 맥주회사인 ‘기네스’와 ‘힐튼호텔’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닷컴’이 중시되는 이런 상황하에서 지난해말 미국에서 ‘비즈니스 닷 컴’(business.com)이 750만 달러에 팔린 것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최근 두루넷이 재미교포가 갖고 있던 ‘코리아닷컴’(korea.com)을 500만달러(약 55억원)에 사들이는 믿기지 않는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닷컴’을 둘러싼 수많은 분쟁(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혹은 집단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한 도메인 선점 갈등 등)이 유발되기도 했다.(박스기사 참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조어의 등장도 이러한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는데 ‘닷컴 엑소더스’와 ‘닷컴 가이’는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닷컴 엑소더스’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각 기업에 근무하는 젊은 엘리트 직원들이 인터넷 벤처분야에 취직하기 위해 이직하는 현상을 두고 붙인 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기업은 직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으며, 그래도 이직을 강행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훗날을 위해 정(情)을 선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닷컴 가이’는 거의 하루종일 외출을 삼가고 방안에만 들어앉아 인터넷을 이용해 일상의 모든 일을 처리하는 광적인 네티즌을 일컫는다.

그런데 수많은 도메인네임 중 특히 ‘닷컴’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메인네임은 인터넷 상에서 일종의 주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좀더 전문적으로 얘기하자면 숫자로 된 각각의 IP 주소에 지정되어 사이트의 성격이나 목적, 사용자의 구분 등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문자로 구성된 국제규약이다. 현재 인터넷 도메인네임은 전세계 인터넷 사용국가들이 고유한 국가코드를 사용해 각각 고유한 형태의 체계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중에서도 인터넷이 시작됐고 실질적 지배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도메인 체계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모두 각 국가 이름의 약자를 도메인네임에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거나 홍보해야 할 경우 별도로 미국 인터닉(InterNIC;국제망정보센터-인터내셔널 도메인네임을 등록해 주는 재단)에 등록된 도메인네임(*.com, *.org, *.net 등)을 확보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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