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스페셜 - 화요교육] 미국 대학, 국내 학비로 갈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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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사립 에머리(Emory)대 3학년 송연희(24·경제학, 수학 전공)씨는 등록금·기숙사비 등 1년 학비로 6만 달러(6600만원가량)를 대학에 내고 유학 중이다. 그는 “평판도를 고려해 대학을 선택했다”며 “부모님께서 모든 비용을 대주신다”고 말했다. 이처럼 액수만 따지면 미국 사립대 학비는 국내 대학의 3~4배나 된다. 그렇다면 모든 유학생이 학비 부담을 부모님이 보내오는 송금으로 해결하고 있을까.

프린스턴대(Princeton University) 정치학과 2학년인 A씨(22·여)는 학교로부터 전체 학비의 85%를 지원받고 있다. 그녀가 매년 부담하는 비용은 7000~8000달러(약 770만~880만원)뿐이다. 이는 연간 750만원인 한국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과 비슷한 금액이다. 그는 “대학을 지원할 때 이 대학의 넉넉한 학자금 지원 패키지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자금 지원 혜택 정보를 잘 파악하고, 대학을 선택하면 국내 대학에 다니는 돈으로 미국 대학 유학이 가능하다. 4년 동안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이 넘는 학자금(financial aid)을 지원받고 유학을 하는 학생도 있다. 이 돈은 대출과 달리 부모나 학생의 경제 사정을 감안해 대학이 지급하는 것으로 갚아야 할 필요가 없다.


 미국 북동부 워배시(Wabash)대 1학년 이인범(22)씨는 매년 학교에서 2만4000달러를 지원받고 있다. 이씨는 1만5000달러(1650여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워배시대는 대학원이 없는 학부중심대(Liberal Arts College)다. 그는 당초 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목표로 했다. 그러다 안정적으로 학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워배시대에 진학했다. 그는 입학할 때 장학금 서비스(CSS) 프로파일과 각종 재정 상황 증빙서류를 제출해 학자금을 지원받았다. 또 아너스 장학금 시험을 거쳐 성적 우수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을 추가로 받았다.

 애머스트(Amherst) 등 학부중심대는 동문과 기업들이 기부한 학교 발전기금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학생에게 학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미국 뉴욕주의 학부중심대인 콜게이트(Colgate)대에 들어간 B씨도 당초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려 했다가 학자금 지원 혜택이 좋은 이 대학을 선택한 경우다. 그의 부모 연봉은 5000만원 수준. B씨는 “학자금을 지원받고 연간 1000만원이면 다닐 수 있는 명문 학부중심대를 선택하기 잘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버클리대(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와 같은 주립대는 주(州)의 교육보조금에 의존해 외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아예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학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대학마다 지원서 양식이 다른 데다 신청 마감일도 제각각이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의 학자금 정보 파악이 우선이다. 학자금 보조 신청서는 대학 지원 마감일로부터 대략 15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학자금 지원 결과 역시 대학 합격자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통보된다. 만약 지원받는 학자금이 기대금액보다 낮다면, 학교에 더 요구할 수도 있다.

 특히 대학이 요구하는 서류를 꼼꼼히 잘 챙겨 지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학생 학자금 지원 신청서(ISFAA), CSS 프로파일, 부모의 납세 증명서·은행 잔액 증명서 등 제출해야 할 서류 종류가 많다. 미국 대학 학자금 지원과 관련한 컨설팅을 맡고 있는 미래자녀교육연구소(www.tepi.kr) 이강렬 소장은 “재정 형편과 관련된 서류의 경우 방열비·주택관리비·문화비 등 항목을 나눠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며 “자동차 최초 구입연도와 구입가격까지 써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미국 대학은 장학금을 달라고 하면 학생을 떨어뜨린다는 잘못된 속설이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 있다”며 “이 때문에 선뜻 학자금 지원을 신청하지 못하는 학부모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일부 국내 외고 등은 외국 명문대 합격자 배출에 치중하고 있어 학부중심대의 학자금 지원이나 장학금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다.

실제로 학자금 지원 요청이 불합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트머스대, 애머스트대·예일대·프린스턴대·하버드대·MIT 등 6개대는 학자금 지원 요청과 관계없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정책(Need blind)을 쓰고 있다.

강홍준 기자·오지은 인턴기자(연세대 행정학과)

◆ISFAA(International Student Financial Aid Application)=유학생들이 미국 내 대학에 학자금 지원을 요청할 때 작성하는 서류. 학생과 부모의 재정과 자산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우편으로만 제출해야 한다.

◆CSS(College Scholarship Service) 프로파일=대학들이 학생과 가정의 경제 사정을 파악하는 서류. 미국 비영리기관인 칼리지보드(College Board)가 개발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재정 상태에 대해 물어보는 것으로 학자금 지원이 필요한 미국 학생도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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