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은행株 절반 팔면 시중은행 전부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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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은행 주식을 절반만 팔아도 시중은행 주식을 모두 살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거래도 되지 않는 액면가 5천원짜리 우선주가 호가에 의해 가격이 79만9천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은행 보통주는 15일 현재 1천5백원으로 발행된 7천만주를 모두 합쳐 봐야 시가총액이 1천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가 출자한 우선주가 4천4백만주나 돼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할 경우 무려 35조2천억원으로 평가돼 코스닥 종목 중 랭킹 1위에 오르게 된다.

현재 상장돼 있는 은행주식 전체의 시가총액(약 18조8천억원)에 비춰 보면 이 금액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평화은행의 우선주는 예금보험공사가 평화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출자한 것으로 거래가 안된다. 나중에 예보와 평화은행이 출자분을 정산하게 되면 이같은 가격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증권업협회는 이같은 왜곡현상을 막기 위해 협회중개시장 운영규정을 개정, 평화은행 우선주의 등록을 취소토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코스닥 시장에 엄연히 등록돼 있기 때문에 거래가 안되면서도 가격이 오르는 것을 어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현행 협회 중개시장 운영규정에 따르면 기업별 등록취소는 돼도 종목별 취소는 안되기 때문에 우선주만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데, 이것을 증권거래소처럼 종목별 상장폐지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고치겠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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