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인재 몰리는 강소기업 ③ 전북 완주군 데크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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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항공이 개발 중인 ‘스마트 무인항공기’ 앞에서 나덕주 사장(앞줄 가운데)과 직원들이 항공기 날개 부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꿈의 비행기 ‘드림라이너’로 불리는 B-787. 보잉이 차세대 항공기로 내세우는 기종이다. 올 연말에 일본의 전일본공수(ANA)가 세계 최초로 운항할 계획이다. 기체의 50% 이상을 탄소복합소재로 만든다. 탄소는 가볍지만 강도가 뛰어난 소재. 이를 채택한 B-787은 종전 기종보다 기체 중량이 4분의 1에 그치고, 연비 효율성은 2~3배 높아진다. 한 대의 가격이 2억 달러나 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부품기업이 여기에 납품하는 게 꿈이다. 이 꿈을 이룬 국내 중견기업이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있다. ‘데크항공’이다. B-787의 날개에 쓰이는 탄소복합소재 패널을 납품한다. 이착륙하거나 회전할 때 앞날개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회사는 지방에 있지만 뛰어난 기술 경쟁력과 직원들의 숙련된 솜씨로 세계 최대 항공 제작회사의 파트너가 됐다. 이미 400대 분 물량을 주문받았다.

 나덕주(63) 사장은 “설계부터 가공·도장까지 전체 공정을 보잉사의 협력업체로 인증받은 국내 유일의 중소기업”이라고 자랑했다. 보잉사가 전체 공정을 인증한 한국 기업은 대한항공·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3곳뿐이다.

 데크항공은 2008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지만 기술의 뿌리는 20년 이상 긴 역사를 가졌다. 대우중공업(KAI의 전신)의 연구개발팀이 12년 전 ㈜데크(경남 창원시)를 세웠다. 여기서 데크항공이 독립했다.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물려받은 복합소재 분야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브라질의 리무진 비행기(비즈니스 제트), 아우디의 스포츠카 등에서 첨단 부품을 사갈 정도다.

 이 회사의 더 큰 자산은 젊고 패기만만한 직원들. 120여 명 대부분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다. 숙련된 솜씨와 고도의 집중력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제품을 만든다. 생산라인 직원들은 장갑을 끼고 가로·세로 2m의 종이를 20~30장씩 붙이는 훈련을 받는다. 1㎜도 어긋남이 없도록 정확히 붙여야 한다. 머리카락 한 올, 먼지 한 점만 들어가도 곧바로 불량품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이런 혹독한 수련기간은 3개월. 매일 이론 공부 4시간, 자르고 다듬고 붙이는 실습 4시간을 마친 뒤 시험에 합격해야만 현장에 투입된다.

 생산기술팀 이훈구(32) 대리는 “훈련과정이 까다롭고 힘들지만 첨단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데다 세계 최고의 항공기 제작에 참여해 자부심도 크다”고 말했다. 이호용(35) 과장은 “미래 성장 분야에서 맘껏 내 실력을 펼치고, 인생의 승부를 걸 만한 직장이라고 생각해 대도시의 기업을 마다하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전북대와 손잡고 ‘마이크로 트랙(맞춤형 인력공급사업)’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을 교육하고, 업체는 이들 학생을 고용하는 방식이다. 나 사장은 “신기술 복합재료 분야의 최고 일꾼이 되려면 완주군으로 오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청년 일자리 지방에도 있다!

데크항공은 하반기에 20~3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채용 공고는 필요할 때마다 회사 홈페이지 등에 낸다. 나덕주 사장은 “학벌보다 열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할 청년에게는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문의는 전화(063-710-7825)나 홈페이지(www.dacc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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