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권재진, 검찰총장 한상대 지명 … 20여 일 내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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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검찰총장에 지명된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이 15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만난 후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과천=김태성 기자],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법무부 장관에 권재진(58)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명했다. 또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표 수리로 공석이 된 검찰총장에는 한상대(52)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을 지명했다. 다음주 초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그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권 후보자는 26년간 검찰로 재직했고 그 직후 민정수석을 역임한 일종의 전문가”라며 “검찰 안팎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에 대해선 “선이 굵고 소탈하며 공사 구분이 명확하고 수사에서 강한 소신을 지키는 등 원칙주의자”라며 “침체된 검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적임자”라고 했다.

 권 수석의 법무장관행과 관련해 한나라당에선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찬반토론을 했다. 전날 초선 모임인 ‘민본 21’ 소속 의원 17명이 “당론으로 반대해야 한다”며 소집 요구를 함에 따라 열린 의총이었다. 그러나 공개 발언을 한 의원 13명 중엔 찬성이 9명으로 많았다. 반대한 의원은 4명이었다. 한 참석자는 “그동안 권 수석을 반대한 의원들의 발언만 언론을 통해 소개됐지만 당내에서 침묵해온 다수는 찬성이었다는 게 의총을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동기 전 민정수석을 감사원장에 임명할 땐 나도 적극 반대했었다”며 “하지만 독립적 권한을 가져야 하는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은 다르다”고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으로부터 미리 통보 받았는데 ‘다른 후보들은 (법관) 전관예우 때문에 30억~70억원을 번 사람이 대부분이라 대안이 없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야당에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자리에 또다시 측근 보은인사를 고집한다면 국민으로부터 영영 버림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논란을 뒤로 하고 결국 권 수석을 택했다. 올 5월 개각 때 권 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하려다 당내 의견을 받아들여 인선을 미뤘지만 결정을 번복하진 않은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권 수석을 놓고 흔들린 적이 없다”며 “이 대통령이 13일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했던 말에 발탁 이유가 녹아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 “(현 정부에서) 마지막까지 일을 열심히 할 사람이 필요하다. 스타일리스트는 곤란하다”고 했었다.

 권 수석은 동향(대구) 출신인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어릴 적부터 아는 사이였지만 이 대통령과의 친분은 원래 두텁지 않았다. 2009년 두 차례 검찰총장 후보 1순위로 꼽혔으나 발탁되지 못했던 일도 있다. 하지만 2009년 8월 31일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론 달랐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머무는 본관에 가장 빈번하게 가는 수석 중 한 명이 됐다. 민정라인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수행하기보단 진언을 통해 이 대통령이 방향을 설정하는 데 역할이 컸고 일 처리도 깔끔했고 사심도 없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다”고 전했다. 그의 법무장관행을 두고 “김준규 전 총장처럼 개인 플레이를 했던 스타일리스트 대신 로열리스트를 골랐다”(여권 관계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그를 중용하기로 한 데엔 그간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 크게 흔들린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권 수석이 큰 역할을 할 걸로 기대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청와대가 권 수석에 대해 “검찰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고 친화력과 온화한 성품으로 검찰 내외로부터 실력과 신망을 인정받는 검찰 내 대표주자”란 표현을 쓴 건 이런 이유에서다.

글=고정애·남궁욱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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