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클릭’ 한나라 지도부 - 경제 5단체장 첫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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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15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단체장들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 대표,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와 경제 5단체장이 15일 국회에서 만났다. 그간 ‘서민의 아들’임을 내세운 홍준표 대표와 포퓰리즘을 비판해 온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GS 회장)의 첫 만남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홍 대표는 10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대기업 하면 떠오르는 게 착취”라고 했다. 허창수 회장은 그간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즉흥적으로 만든다”며 비판해 왔다.

 국회의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홍 대표는 “기업 활동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하지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분법적으로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측면보다 성장의 과실을 고루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의 결과 금융위기에서 탈출했는데 이제 경제성장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골고루 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 자유민주주의 경제의 틀을 깨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허창수 회장은 “경제계도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와 신규 채용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며 “ 동반성장을 통해 강한 중소기업을 길러내며, 사회 각 부문의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개석상에서 점잖게 진행된 간담회는 비공개로 바뀌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홍 대표는 중소기업 고유업종 영역에 대한 대기업의 침해 문제를 지적했고, 허 회장은 한나라당의 대학 등록금 정책을 비판했다.

 ▶홍 대표=콩나물이나 두부 시장까지 대기업이 들어오는 건 옳지 않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과 고유업종에 대해선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진입을 자제해 달라.

 ▶허 회장=신규 진입은 자제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고, GS그룹만 (그 돈이) 연간 150억원이나 된다. 그런데 등록금을 일괄적으로 절반으로 깎아주면 우리는 오히려 75억원 이익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지원해야지 부유한 사람까지 지원하는 건 안 된다.

 법인세 감세 문제를 놓고서는 친박근혜계의 유승민 최고위원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충돌했다. 손 회장은 “법인세율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예정대로 인하해서 조세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게 해 달라”며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도 연장해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유승민 최고위원은 “법인세 추가 인하는 철회하기로 당의 입장을 정했기 때문에 번복할 수 없다”며 “ 법인세율을 많이 인하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하는 재정 여건상 어렵다”고 못 박았다.

 한편 한나라당 측은 “한국노총 같은 상급 노동단체에 파견된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으나 이희범 경영자총연합회장은 “노조 측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협조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글=정효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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