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세포분열 관련 유전자 없애면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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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과학, 죽음을 죽이다
조너던 와이너 지음
한세정 옮김
21세기북스
344쪽, 1만6000원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누구나 그 불가피성을 알고 있다. 다만 ‘가능한 한’ 그 시간을 늦추고 싶어할 따름이다.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인간의 수명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었다. 석기시대엔 평균 20세, 중세엔 30세밖에 살지 못했지만, 20세기 말 인간의 기대수명은 76세가 됐다. 과학의 발달과 그로 인한 생활 여건 개선이 그 같은 ‘기적’을 가능케 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언제고 사람이 500년이나 1000년, 혹은 영원히 사는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원제 『Long for this world』)은 이 같은 도발적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책이다.

과학전문 저술가인 저자가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학박사이자 노화이론가인 오브리 드 그레이와 나누는 대화가 큰 줄기를 이룬다. 그는 “앞으로 50년, 빠르면 15년 안에” 인간이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살 것이라고 믿는 괴짜 노인학자(gerontologist)다. 장수의 가장 큰 걸림돌인 암 정복을 위해 “세포 분열에 관계된 말단소립 유전자를 제거하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마다 않는다. 그렇게 되면 암세포뿐 아니라 인체의 다른 세포들까지 다 재생이 불가능해지지만, 오브리 드 그레이는 “10년에 한 번씩 각 부위에 필요한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해는 말자. 이 책은 황당무계한 SF소설’ 아니다. 단정적인 뉘앙스의 한국어판 제목과 달리, 저자는 오브리 드 그레이의 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이런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풀어간다.

과학자들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불멸을 갈망한 유명 작가·철학자들의 일화도 들려준다. 인간의 죽음을 원죄 탓으로 보는 기독교 등 여러 종교·신화 속 관점도 소개한다. 평소 잊고 살거나 부러 외면해온, 죽음의 문제를 차분히 되돌아보게 해준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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