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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탐방] 아산모종주공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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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모종동에 위치한 모종주공아파트는 지역 무주택자를 위한 30년 임대 아파트다. 지난 2006년 6월 입주를 시작해 8개동, 642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임대 아파트임에도 아름다운 화원과 각종 부대시설이 잘 관리되고 있다. 주민화합을 위한 공동체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11일 모종주공아파트를 찾아 입주민과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주공화원에 모인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관계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단지 내 식물원서 이웃 간 정 돈독

이날 오전 11시. 단지 내에 조성된 ‘주공화원’에 다섯명의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텃밭을 일구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힘든 기색은 없다. 오히려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거리며 웃는다. 평소 식물에 관심이 많던 김정숙(60·여) 씨는 매일 아침 이곳에 나와 텃밭을 일구고 이웃들과 수다를 떨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식물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여건이 안돼 식물원 등을 가볼 수 없었다”며 “지난해 공동 화원이 생기며 이웃들과 함께 관리를 하다 보니 정도 쌓게 되고 몸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모종주공아파트 화원은 스무 평 남짓 작은 공간에 20여 가지의 꽃이 식재 돼 있다. 봄에는 아카시아, 여름에는 장미가 피고, 가을에는 코스모스 향기가 단지를 향긋하게 물들인다. 꽃밭 옆에는 상추와 깻잎 등 화학 비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유기농 채소가 자라고 있다. 이곳 입주민이라면 누구든 부녀회에 얘기를 하고 직접 따서 먹으면 된다.

 민은녀(60) 부녀회장은 “입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화원이 잘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 관리소 측과 상의해서 더 많은 종류의 꽃과 채소들을 식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관리소에서는 이런 관심을 반영해 아산시 농업기술센터와 업무 협조를 받아 매주 금요일 주공화원에서 ‘아름다운 정원 만들기’ 행사와 다양한 원예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체육시설·도서관 등 여가시설 확충

8동에 거주하고 있는 최창락(52)씨는 요즘 아들 동준(12)군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변에 여가시설이 많지 않아 바쁜 일정을 쪼개 교외로 나갔다. 하지만 이젠 단지 내 운동기구가 확대 설치되고 ‘모종 도서관’이 올 초 개관하는 등 주변여건이 좋아져 굳이 시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 최씨는 “아들과 함께 집 근처에서 여가를 즐기다 보니 돈도 절약되고 집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게 된다”며 “도서관이 생기고 운동기구도 늘어나 요즘은 다른 동네 사람들까지 이곳으로 놀러 오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모종 도서관’은 어린이 서적 800여 권을 비롯해 2500권의 교양서적이 구비돼 있다. 이용시간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까지다.

 3동 앞에 있는 체육공원에는 최근 6대의 운동기구를 더 들여와 8개 종류, 총 15가지의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다. 전헌규 아파트 관리소장은 “도서관 이용시간을 일주일에 3회 이상으로 늘리려고 검토 중”이라며 “초·중·고를 위한 독서실도 마련하고 체육시설이나 기타 여가시설 등도 점차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도 늘려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입주민 위한 프로그램 다채

모종주공아파트는 다른 곳에 비해 노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아파트 부녀회와 관리소 측은 매년 24회에 걸쳐 ‘노인위안잔치’와 ‘노인위안관광’을 실시한다. 노인위안잔치의 경우 단지 내 어린이집인 모종어린이집과 연계해 경로당에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재롱잔치와 안마 등을 펼쳐 노인들의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또한 봄과 가을에는 노인노래교실을 개최하기도 한다.

 노인위안관광은 경로당 노인들과 부녀회 회원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매년 2회씩 실시 중이며 목적지도 다양하다. 지난달에는 충북 단양에서 동굴과 올레길 등을 둘러보고 왔다.

 60세 이상 입주자를 위해 6개월간 3명이 팀을 이뤄 관리사무소에서 조경관리, 재임대관리업무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실버사원 제도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경로당 부회장 이민순(77)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지만 전혀 외롭지 않다”며 “매달 손자같은 녀석들과 놀 수 있고 가끔 여행도 떠날 수 있어 항상 즐겁다”고 말했다.

 이밖에 온양 민속박물관 업무 협약을 맺고 매주 일요일 ‘가족공방체험’을 운영 중에 있으며, 기초 생활수급자 가정, 독거노인 가정, 장애우 가정, 소년소녀가정 등 250세대에 빵, 두부 등 다양한 음식을 지원하는 ‘푸드뱅크 지원’ 행사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또한 2008년부터는 부녀회, 노인회, 통 반장단 등 산악을 좋아하는 입주민들이 모여 아파트 모종11통 산악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모종주공아파트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다하리 이원복 상무는 “임대아파트지만 입주민들이 아파트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도가 상당히 높다”며 “이웃간 친밀도도 높고 행복한 가정도 많아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는 행복한 단지”라고 말했다.

소외계층에 봉사활동도 활발

이곳 입주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나눔’이다. 아파트 부녀회와 통장, 관리소장 등이 주체가 돼 매년 3~4회 정도 실시하는 이 사업은 지역 아동센터인 ‘사랑의집 에덴’에 방문해 생필품을 나눠주고 빨래와 청소 등을 해주는 봉사다. 2007년부터 시작했다. 온양3동 사회복지과와 협조해 인근지역 기초 생활수급자 가정, 독거노인 가정, 장애우 가정, 소년소녀가정 등에게 수시로 물품을 지원하기도 한다.

 민은녀 부녀회장은 “잘 먹고 돈 많은 사람만 봉사를 하라는 법은 없다”며 “우리 역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진 못하지만 나눠주는 기쁨이 있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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