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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식 민박 네트워크, 한국 고택도 가능성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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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프랑스의 관광체험형 숙박 네트워크 ‘지트(Gite) 드 프랑스’의 파트릭 파르자스(Patric Farjas·59·사진) 부회장이 첫 방한했다. 프랑스 전역에 5만6000여 개 지트(농촌체험형 민박시설)를 거느린 지트 드 프랑스는 연 매출 12억 유로(약 1조8000억원), 연 숙박일수 3500만 일을 자랑하는 프랑스 최대의 관광숙박 네트워크다. 파르자스 부회장은 12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한국문화체험숙박 공동 브랜드 구축을 위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농수산식품부 등 정부, 경상북도·안동시 등 지자체, 고택소유자협의회·신라문화원 등 민간단체가 힘을 합쳐 지트 드 프랑스를 본딴 한국형 관광숙박 브랜드를 구축하려고 마련한 자리였다. 심포지엄에는 고택소유자협의회 회장인 이강백 강릉 선교장 원장, 외암민속마을 협의회 이규정 회장, 전주한옥마을 노선미 관장 등 전국에서 고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파르자스 부회장을 따로 만났다.

 - 지트 드 프랑스가 생긴 계기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는 쑥대밭이 됐다. 농촌 피해가 막심했고, 이촌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됐다. 농촌경제를 활성화하고 농촌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1955년 발족했다.”

 - 현재 상황을 소개해달라.

 “전국에 5만6000개가 넘는 지트가 있다. 전통 농가도 있고 고성(古城)도 있다. 해마다 지트가 2000개 이상 늘어나고 있다. 파리의 본부와 95개 지소가 있어 전국의 지트를 관리하고 운영자를 교육한다. 지트 종사자만 4만4000명이 넘는다. 연 200만 명이 지트에서 하루 이상 머물어 연 숙박일수 3500만 일을 기록하고 있다. 이 중 20%가 외국인이다.”

 - 성공 비결이라면.

 “가장 큰 어려움은 지트 운영자를 교육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농부이거나 전통 가옥을 물려받은 집주인일 뿐이었다. 그들에게 손님을 맞을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현장 주민에게 실질적인 수익이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 지트 드 프랑스는 일종의 숙박업인가?

 “지트는 집을 통째로 빌려주기도 하고, 방을 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하룻밤 숙박은 거의 없다. 최소 사흘, 길게는 일주일씩 묵어야 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생긴다. 지역 주민과 도시 투숙객의 교류 말이다. 지트 이용자의 70% 이상이 재방문한다. 지트 수익 중에서 연 2억3000만 유로가 지역 문화재 보수·관리를 위해 쓰인다.”

 - 한국도 지트 드 프랑스를 본딴 관광숙박 브랜드를 만들려고 한다. 조언을 한다면.

 “지트 드 프랑스의 운영 체계를 배우려는 나라가 많다. 중국·러시아·칠레도 우리 브랜드를 빌려 쓰고 있다. 프랑스에 수만 개 지트가 있지만 똑같은 건 없다. 각자의 개성이 중요하다. 우리의 철학이 인간의 가치인 까닭이다. 한국도 당장의 성과에 매달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파르자스 부회장은 “한국의 열성에 놀랐고 기뻤다”고 말했다. 네 시간 가까이 이어진 심포지엄 동안 전국에서 찾아든 고택 소유주가 앞다퉈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 활용 가능한 전통 가옥이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고택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공통분모를 찾아 하나씩 합의해 가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안동 글·사진=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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