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때 피랍 18년간 성노리개 … 두가드 ‘도둑맞은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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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앤티오크 자택에서 ABC방송과 인터뷰하고 있는 제이시 두가드. [앤티오크 로이터=뉴시스]

11살 때 성폭행 전과자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하고 두 아이를 낳으며 18년 동안 감금 생활을 하다 풀려난 미국인 제이시 두가드(Jaycee Dugard·31)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감금 생활 동안 나를 버티게 한 건 언젠가 엄마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마음 깊은 한 곳의 희미한 희망, 그리고 내 두 딸의 생명이었다.”

 2009년 극적으로 풀려난 두가드는 주 초 자신의 악몽 같은 18년 생활을 담은 책 『도둑 맞은 삶(A Stolen Life)』의 출간을 기념해 10일 밤(현지시간) ABC 방송과 인터뷰했다.

 인터뷰와 책에 따르면 두가드는 1991년 6월 캘리포니아주 집 근처 길을 걷다 필립 가리도(60)의 전기충격총을 맞고 의식을 잃었다. 가리도는 성폭행 전과자였다. 수차례에 걸친 성폭행 혐의로 11년을 복역한 후 88년 1월 가석방된 상태였다. 가리도는 11살의 두가드를 차에 싣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 갔다. 깨어난 두가드는 엄마에게 보내달라고 간청했다. “집에 돈이 많지는 않지만 엄마가 틀림없이 내 몸값을 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가리도는 웃으며 집 뒷마당의 오두막 형태 창고에 두가드를 가뒀다. 그리고 두가드 손에 수갑을 채웠다. 가리도의 부인 낸시(55)도 이를 도왔다. 두가드는 이후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고 했다. “사자를 만난 토끼의 느낌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속으로만 울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가리도는 마약중독자였다. 약 복용 후 자신의 성(性) 문제를 치료한다는 구실로 어린 두가드를 수시로 성폭행했다. 두가드는 94년 14살의 나이로 임신을 했다. 가리도는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TV를 넣어주고 출산 비디오 프로그램을 보게 했다. 97년 둘째 아이의 출산 때도 마찬가지였다. 두가드는 “창고에서 홀로 아이를 낳은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동시에 “더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고, 두 딸에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2000년 가리도는 처음으로 두가드에게 동행 외출을 허용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갈색으로 염색시킨 뒤였다. 두가드는 그러나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말할 수 없었다. 2009년 8월 가리도가 UC버클리 교내에서 사이비 종교 전단을 배포하다 교내 경찰관에게 적발되면서 그의 엽기적인 행동은 막을 내렸다.

 두가드는 경찰관 앞에서 고민했다. 과연 내 엄마가 지금의 내 모습을 받아줄 수 있을까. 그러다 딸들을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보니 엄마가 절대로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말했다. “내 본래 이름은 제이시 두가드예요.”

 실제로 두가드의 엄마 프레빈은 한시도 두가드를 잊은 적이 없었다. 두가드의 방 물건을 그대로 둔 채 미 전역을 돌며 두가드를 찾고 있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캘리포니아주 엘도라도 카운티 소재 법원은 가리도에게 징역 431년형을, 그의 부인 낸시에게 징역 36년형을 각각 선고했다. 판사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허술한 가석방 관리 시스템을 강하게 비판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두가드에게 2000만 달러(약 245억원)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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