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코리아, 해외서 배운다 <상> 경쟁국은 질주, 한국은 제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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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병원은 북적 7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최대 도시 첸나이 아폴로 병원 입구에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외국인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첸나이=강신후 기자]


인도 남부 최대 도시 첸나이. 첸나이공항에서 승용차로 20여 분을 달리니 인도의 최대 기업형 병원인 아폴로병원(Apollo Hospitals)이 눈에 들어왔다. 7일 오전 6층짜리 흰색 건물에 들어서자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인도 전통 복장을 한 사람, 중동·호주·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사람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다. 정문 정면 진료과목 안내판이 힌두어·아랍어·영어로 돼 있다.

 “아래 어금니 안쪽에 이가 자라고 있어 음식을 잘 못 먹어요. 오늘 수술을 받을 수 있나요.”(환자)

 “오후 5시에 가능합니다. 수술비는 2000달러(210만원)입니다.”(상담원)

 호주에서 온 토머스 바키랜(41·간호사)은 “당일 수술을 받고, 원스톱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좋다”며 “의료 수준이 호주에 비해 뒤지지 않는데도 항공비·숙박비 등을 합해 미화 3000달러(317만원)가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6000달러(634만원)가 든다.


 아폴로병원은 54개(국내 41개, 해외 13개) 병원에 9000개가량의 병상을 운영한다. 의사 4100명, 간호사 7800명 등 직원 수만 3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55개국에서 8만2000명의 환자를 불러들였다. 이 중 60%가 정형외과와 종양 관련 환자다. 내국인 환자는 250만 명이다. 올해는 15%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중동·동남아시아 환자가 가장 많다. 최근에는 미국·유럽 환자도 늘고 있다.

 첸나이에는 30개가량의 의료관광 전문병원이 있다. 첸나이가 속한 타밀 나두주의 모한 도스 관광청장은 “외국인 환자를 더 유치하기 위해 첸나이를 의료관광 도시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델리·뭄바이 등 다른 도시들도 의료관광에 빠지지 않는다. 인도 전경련(Confederation of Indian Industry)은 의료관광산업이 매년 30% 성장하고 있어 2015년에는 20억 달러(2조1140억원)가 넘는 국부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폴로병원은 1983년 150개 병실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투자개방형 병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6232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성장했다. 세금을 185억원 냈다. 이익금에다 증자한 돈으로 병실 확장, 첨단 장비 도입과 우수 인력 유치에 투자한다. 지난해는 1200억원을 투자해 병상 700개를 늘렸고 5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서 2005년 4.7루피(112원)던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에는14.8 루피(352원)가 됐다.

 1층 식당에 들렀더니 유럽·중동·아프리카·중국 등 다국적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외국인 환자를 위해 입국 수속, 공항 픽업, 보호자 호텔 예약 등의 서비스는 기본이다. 병실마다 상담사가 상주하며 맞춤형(customer-oriented) 진료 계획을 세운다. 검사에서 수술·입원까지 항목별 진료비를 설명하고 환자가 선택한다. 병상도 10인실이 있는 반면 환자와 가족이 함께 쓰는 방이 있다. 10개 등급이다. 하룻밤에 5만7000원부터 67만7000원까지 다양하다.

 모한 도스 관광청장은 “▶짧은 의료 대기시간 ▶저렴한 의료비 ▶국제 공인자격증을 취득한 우수한 의료진 ▶관광상품과의 밀접한 연계 등 네 가지가 인도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외국인 환자가 회복을 위한 요가나 스파 등을 즐길 수 있게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식회사 병원인 포티스 병원 조수아 토마스 국제본부장은 “주식회사 병원은 기업과 국민으로부터 공적인 투자를 받기 때문에 경영이 투명하다”고 말했다. 외래환자의 25%, 입원환자의 10%를 반드시 저소득층을 무료 진료해야 한다. 아폴로병원 지투 조세 본부장은 “진료 과목마다 5~10명의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배치해 수익이 적은 과목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아폴로병원을 찾은 환자 프라브 (34·IT 프로젝트 매니저)는 “명품 시계가 있듯 의료에도 명품 진료가 있다”고 말했다. 세두나레이 아난(20· 대학생)은 “가격만큼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형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투자개방형 병원(For-profit hospital, 영리병원)=국내 큰 병원들은 비영리기관이다. 학교법인이거나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소속이다. 비영리병원은 번 돈을 울타리 밖으로 가져나가지 못하고 외부에서 투자를 받지 못한다.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형 병원을 허용하지 않는다. 개인병원과 의원은 영리기관이지만 주식회사가 될 수 없어 투자개방형 병원이라 볼 수 없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첸나이=강신후 기자, 베이징·방콕=장세정·정용환 특파원, 윤지원 인턴기자(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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