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촉감 못 느끼는 게 가장 큰 단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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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고(故) 박주아씨가 신우암으로 로봇수술을 받고 사망하면서 로봇수술이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수술로봇은 전립선이나 위장 등과 같이 몸속의 수술을 담당하는 복강경 수술로봇, 관절을 수술하는 인공관절 수술로봇 등이 있다. 박주아씨 수술에 사용된 복강경 수술로봇은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다빈치란 제품이다.

1495년 알람을 울리는 기계화된 인형을 처음으로 만들어 낸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기념해 명명된 것으로 보인다. 다빈치 복강경 수술로봇은 1997년 개발됐으며 한국에서는 2005년에 승인을 받아 수술에 사용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다빈치를 보유하고 있다. 2010년 현재 27개 병원에 33대가 도입됐다.

다빈치 수술이나 기존의 복강경 수술이나 환자의 배에 작은 구멍을 뚫는다는 점에서는 같다. 복강경 대신 로봇팔을 삽입하며 의사는 수술대 바로 옆에 앉아 화면을 보면서 조종기로 조종한다. 로봇 팔은 4개로 이뤄져 있는데 하나에는 카메라가 달리고 나머지 3개의 팔에는 수술에 필요한 집게나 가위, 소작기 등의 기구가 달리게 된다.

절개 수술과 달리 로봇 수술과 기존의 복강경 수술은 작은 구멍만 뚫기 때문에 통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며 출혈도 적은 게 장점이다. 다빈치 로봇은 보다 미세한 수술이 가능하다. 로봇 관절의 360도 회전, 3차원 영상, 최대 15배의 고배율 확대 등 추가적인 장점 덕분이다.

로봇수술이 가장 유효한 대상은 전립선암 수술이다. 전립선은 골반 깊숙한 곳에 위치해 배를 절개해 하는 기존의 수술에서는 손으로 수술하기가 어려웠다. 손 하나 들어갈 공간이어서 손이 들어가면 수술 부위가 잘 보이지 않고 전립선 주변에 혈관과 신경이 굉장히 복잡하게 엉켜 있어 출혈이 흔하고 신경 손상으로 발기나 배뇨에 후유증이 생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직장암도 골반 깊숙이 있어서 수술이 어려운 곳인데 로봇수술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갑상샘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로봇으로 수술하면 잘 보이지 않는 겨드랑이와 유두 경계부에 작은 상처만 남게 된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로도 같은 미용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미용 효과만을 위해 로봇수술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로봇수술의 가장 큰 단점은 로봇팔은 촉감을 느끼고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촉감을 느낄 수 없어서 실로 꿰매거나 칼로 절단할 때 잘되고 있는지, 주변 조직에 손상을 주고 있지 않은지를 정확히 모를 위험이 있다. 로봇수술의 또 다른 단점은 수술자의 경험과 술기에 따라 임상 결과의 폭이 크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능숙한 외과의라도 로봇수술에 적응해 수술시간을 줄이면서 출혈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50 차례의 로봇수술을 해봐야 안정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기존의 수술법보다 좋다는 연구가 많지 않은 실정인데도 로봇수술은 각종 암의 수술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 박주아씨 측에서는 병원에 형사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미래에 로봇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수술하는 시대가 열린다면 형사소송은 의사에게 해야 할까? 로봇에게 해야 할까?

원장원 경희대 의대 교수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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