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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급 10배 올라도 등록금 인상액엔 ‘새 발의 피’ … 대학생활 더 팍팍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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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호 04면

등록금·하숙비 등 대학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급등했는데, 아르바이트 등 학생들의 ‘수입’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 흔히들 하는 얘기지만 정말 그럴까. 80년대 말 대학을 다닌 기자의 세대와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인턴기자 세대의 수입·지출을 비교해봤다. 결론은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20여 년 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지출해야 할 비용은 많게는 700%이상 급등했음을 알 수 있다. 통계청 물가지수 비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80년대 학번 기자와 인턴기자의 대학 생활 비교해보니

우선 등록금. 기자가 대학 1학년이던 1987년 서울 사립대의 한 학기 등록금(인문계)은 50만원 안팎이었다. 당시 라면 한 그릇이 300원, 카페의 커피 한 잔이 500원. 자장면 한 그릇은 700원가량이었다. 부산이 고향인 기자의 당시 서울 동북부 지역 하숙비는 월 15만원(2인 1실 기준) 정도. 반면 일주일에 2~3차례 가는 과외 아르바이트는 월 30만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됐다. 카페에서 일할 경우 시급은 400원가량. 하루 반나절(5시간)을 일할 경우 2000원을 벌 수 있었다.

20여 년 세월이 흐른 2011년. 고향이 목포인 본사 인턴기자 오경묵(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년)씨의 지난 1학기 등록금은 332만원(경희대는 서울 사립대 중 등록금이 아주 싼 편이다). 분식집 라면 한 그릇은 2500원, 커피 한 잔은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3000~5000원가량, 자장면 한 그릇은 4000원 정도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24년 사이 대개 5~7배 정도 값이 올랐다. 하숙비는 월 40만~50만원(1인 1실, 요즘은 1인 2실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준으로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의 주된 주거 형태는 기본적인 가구가 갖춰진 원룸이다. 경희대 부근 원룸의 경우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수준이다. 대학생들의 씀씀이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80년대 학번에게 없었던 스마트폰·노트북은 대학생 필수품이 됐다.

대학생들의 수입은? 일주일 1~2차례 가는 과외 아르바이트는 25년 전 가격과 다를 바 없는 30만원 수준. 카페 등에서 일하는 시급은 10배 이상 올랐다. 88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제가 시급을 꾸준히 밀어 올린 덕분이다. 경희대 부근 카페 등의 아르바이트 시급은 4000원 수준. 그래도 반나절(5시간) 일할 경우 2만원, 한 달 20일을 근무한다면 40만원에 그친다.

실제 통계는 어떨까. 통계청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전국)를 뒤져, 87년과 2010년을 비교했다. 대학생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그나마 적게 오른 게 월세(91%)와 쌀값(105%)이다. 라면(176%)과 담배(221%)·소주(252%)도 상대적으로 적게 오른 편이다. 자장면은 인상률이 430%나 됐다. 가장 많이 오른 게 등록금, 87년 대비 506% 급등했다.

인턴기자 오경묵씨는 “자린고비처럼 절약해도 한 달 생활비로 40만원은 쓴다”며 “같은 과의 절반 정도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대학생활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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