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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자만 1억 … 알펜시아 죽다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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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창 유치단이 8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왼쪽부터 이석래 평창군수, 최종원 의원, 최명희 강릉시장, 정재호 대한루지연맹 회장, 김진선 특임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정병국 문화부 장관, 조양호 유치위원장, 윤세영 전 강원도민 회장, 전재희 국회 문방위원장, 휠체어 때문에 앉아 있는 사람은 윤석용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강정현 기자]


“(올림픽 유치를) 그동안 정말 마음 졸이며 고대해 왔습니다. 이번 성공의 의미는 우리 직원에겐 정말 큽니다.” 강원도개발공사 김상갑 사장은 8일 오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 결정에 대한 소회를 담은 장문의 e-메일을 전 임직원에게 보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알펜시아 리조트로 인해 공사가 망하고, 이어 100% 주주인 강원도까지 파산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던 터였다.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는 건강에 가장 좋다는 해발 700m의 대관령에 조성된 489만㎡ 규모의 국내 최대 종합휴양지다. 콘도미니엄과 호텔·워터파크·콘서트홀·골프장·스키장 등을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가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2004년부터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수하리 일대 489만2560㎡에 1조6900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원래 도립 감자원종장이 있던 곳이다. 첫 이름은 ‘피스밸리(Peace Valley)’였지만 이후 세계 유명 리조트를 벤치마킹하면서 알펜시아로 바꿨다. 알프스의 독일어 알펜(Alpen)과 아시아(Asia) 및 판타지아(Fantasia)를 조합했다. 2009년 12월 스키장, 2010년 4월 골프장을 완공했다. 고급빌라와 콘도를 포함한 전체 시설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7월이다.

하지만 두 차례의 올림픽 유치 실패로 이 시설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분양이 절반도 안 되며 공사는 7000억원의 빚더미에 올랐다. 과잉 투자와 미분양은 알펜시아를 구상한 김진선 전 강원지사의 부담이 됐다. 김 전 지사는 재임 시절 “ 올림픽 유치를 위한 필수 시설”이라며 분양률조차 쉬쉬하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이자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1억747만원씩 연간 392억여원의 이자가 빠져나갔다. 갖은 수를 써도 분양은 지지부진했다. 급기야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올 2월 ‘부동산투자 이민제’까지 도입됐다. 알펜시아 리조트에 100만 달러 또는 1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성과는 미미했다. 부도가 날지 모른다는 소문에 투자하려는 이가 없었 다. 4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도 알펜시아 리조트는 핫이슈가 됐다.

 이번 겨울올림픽 유치 성공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평창 올림픽 대회의 중심지로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는 알펜시아 일원을 올림픽 특구로 지정하고 적극 지원하기 위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겨울올림픽 특구를 지정해 경제자유구역에 준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알펜시아의 경제적 가치를 최대화하기 위해 전체 시설 중 올림픽시설지구와 리조트를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평창 용평면 백두공인 조을수 사장은 “알펜시아는 이제 보물단지”라며 “분양이 급물살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벌써부터 분양 문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분양가가 20억~40억원에 달하는 전용면적 287~551㎡ 크기의 고급빌라는 물론, 소형 콘도에 대한 문의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쇄도한다. 알펜시아 리조트 신상규 분양관리팀장은 “그동안 빚 때문에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아 분양을 받으려던 사람도 주저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중국과 일본 등 해외투자자들이 에이전시를 통해 집단으로 분양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투자 이민제의 효과도 다시 기대되고 있다. 알펜시아 신 팀장은 “얼마 전 중국에서 열린 부동산 투자 박람회에 참석하고 홍콩에서는 투자유치 행사를 열었는데 올림픽 유치 소식에 힘입어 이번엔 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평창=이찬호 기자,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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