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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선택한 건 ‘한국 국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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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
동계올림픽유치위 공식
대표단원

“그 어떤 선택을 하든, 여러분의 선택은 ‘역사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에게 역사적인 기회를 주게 될 것입니다.”

 세 번의 도전이 모두 실패로 끝나게 되든, 한국 최초로 아시아 세 번째로 겨울올림픽을 유치하게 되든, 둘 모두 IOC 위원들의 ‘역사적인 선택’에 달려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공식대표단’은 IOC 위원들의 ‘역사적인 선택’이 우리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선택이 되도록 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결국 그들은 평창을 선택했다.

 더반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서 뮌헨과 안시는 모두 최첨단 영상 기법을 동원해 눈이 빚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화면에 펼쳐보였다. 거의 90도의 설벽을 오르는, 눈 고르는 트럭 운전자, 스노보드의 장인(匠人), 아이스링크의 관리 기술. 그들의 영상엔 겨울 스포츠의 변방인 우리로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탄탄한 긴 역사가 있었다.

 반면 우리의 설경은 폭설이 내려도 앙상한 겨울 숲을 가릴 수가 없었다. 시설 대부분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줘야만 했다. 인천공항에서 50분 안에 데려다 준다는 고속철도도 이제부터 놓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평창을 선택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우리 대표단은 왜 평창을 선택해야만 하는지를 보여줬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 스포츠맨이 되고 싶어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 스포츠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그것은 바로 스포츠맨의 사명이었고, 동시에 IOC의 사명이었다. 미국으로 입양된 스키 동메달리스트 토비 도슨(김봉석)을 통해 한국인처럼 겨울 스포츠의 이방인들도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인간인 우리가 비록 설산을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아이스링크를 만들어 김연아와 쇼트트랙의 스타들을 키워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선망 어린 눈으로 선배를 바라보며 장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 환호하는 관중, 이 모든 사람들의 모습으로부터 평창 올림픽 이후에 넓혀질 겨울 스포츠의 지평을 그대로 보여주었고, 이미 정상에 선 뮌헨과 안시보다 왜 평창을 선택해야만 하는지 정곡을 찔렀다. 무엇보다도 지난 10년 동안 실패에도 그치지 않고 묵묵히 지켜온 우리의 약속을 보여주었다. 평생 눈이라고는 보지도 못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아이들에게 겨울 스포츠를 가르쳐 온 ‘드림 프로젝트’를 통해서 말이다. 우리 팀은 이렇게 2018년 행사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한 약속들을 모두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주었다.

 정부도 없었던 1948년. 우리는 생모리츠 올림픽에 3명의 스케이트 선수와 1명의 코치, 1명의 스태프를 파견했다. 그 후 40년 만에 88올림픽을 치러냈다. “우리를 지지해 달라”며 마치 묵직한 바윗돌을 하나하나 박아 넣듯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실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호소는 그대로 지난 10년간 키워온 강원도민, 한국인의 열망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들은 평창을 선택했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건 평창이 아니었다. 그건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 더반(남아공)에서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 동계올림픽유치위 공식 대표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