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화해 당사자들 몫 이재오 장관, 역할 해주면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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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나라당 유승민 최고위원은 4일 열린 전당대회의 당 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했다. 친박근혜계의 단일 후보로 나선 그는 4~5위를 할 것이라는 당 안팎의 관측과 달리 많은 표를 얻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 앞에서도 바른 말, 하고 싶은 말을 잘하기 때문에 ‘까칠한 승민씨’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 그가 5일 홍준표 대표에게도 할 말을 했다. 홍 대표가 “계파활동을 하면 공천을 안 준다”고 하자 “친이·친박 활동을 하면 불이익을 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그러면 나부터 공천이 안 돼야 한다”고 했다.

 유 최고위원은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계파 해체나 공천을 얘기하면 그게 블랙홀이 돼 민생이나 복지는 아무 것도 챙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파를 없애는 것엔 동의하지만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도 아니고, 공천 얘기는 가을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홍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선 “신뢰도, 불신도 아닌 긴장관계로 가는 게 맞다”며 “기다릴 것은 기다리겠지만 원칙과 명분에 안 맞는 일을 한다면 분명히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친박 주류 시대가 왔다고 한다.

 “5명의 최고위원 중 친박계는 나 하나다. 친박이 당권을 잡은 게 아니고, 친이계가 당권을 장악하는 걸 막은 것 아닌가. 친박 주류 시대라는 말은 논리의 비약이다.”

 -이제 유 최고위원의 행보를 박근혜 전 대표의 뜻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의 뜻은 모든 것을 원칙대로 민주적으로 하는 것이다. 원칙과 명분에 맞게 엄격하게 할 마음밖에 없다. 지도부가 됐다고 친박계 이익을 대변하고 지분을 챙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홍 대표에 대해 신뢰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홍 대표를 신뢰한다거나, 신뢰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친해 본 적이 없다.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다. 지켜보고 그때 그때 견제할 게 있으면 견제하겠다. 그러나 미리 단정하고 예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홍 대표가 “사무총장은 내 직계를 시키겠다”고 했다.

 “사무총장, 사무1·2부총장, 여의도연구소장은 공천에서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 자리에 대해선 오늘 최고위원들이 ‘캠프 인사를 하지 말고 탕평인사를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홍 대표도 동의했다.”

 -6·3 회동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보나.

 “서로 신뢰하고 최대한 협력하는 분위기로 가는 것 아닌가 싶다. 나는 청와대가 대화하자고 하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경선 때 내세운 ‘용감한 개혁’에 대해 좌파 포퓰리즘 아니냐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 나를 향해 포퓰리즘이다, 좌파라고 공격하는데 나는 한나라당의 영토를 넓히자는 입장이다. 나처럼 주장하는 걸 민주당이 제일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한다.”

 - 경선 결과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

 “만나서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좋아했고 ‘잘됐다’고 하더라. ‘상승하는 게 놀라웠다’는 말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해야 한다고 보나.

 “나름의 방식으로 할 것이다. 국민에게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발표하는 노력을 할 걸로 본다. 언제다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전당대회도 끝났으니 (박 전 대표의 입지가) 자유롭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친이·친박의 화해는 당사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정신에서 보면 대척점에 있던 이 장관이 역할을 해주면 참 좋은 거다. 전당대회 후 이 장관과 통화했다. 이 장관도 당사자로서 화해의 의무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신용호·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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