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나라 고후쿠지 동금당과 오층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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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종이에 먹펜, 41×58㎝, 2011


경복궁 안내를 하는 중국인 가이드가 ‘모든 건축기술이 중국에서 배운 것이다’ 하더라며 분개하는 분이 있더군요. 기분 나쁘겠지만 되짚어보면 우리가 일본에서 하던 말과 똑같지 않습니까. 몰락한 스승과 출세한 제자의 관계가 이와 비슷합니다. 제자는 스승의 존재를 애써 감추려 하고, 스승은 제자를 내세우려 합니다.

 일제 강점기와 6·25동란을 보며 일본인들은 한반도와의 과거를 숨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즈음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문화재 해설서에 한반도 관련 내용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백제와 신라의 후손이라고 밝히는 분이 늘고 있습니다.

 일본 건축문화재를 펜화로 그리면서 일본인들을 다시 보았습니다. 한반도에 없는 신라·백제의 건축 원형을 일본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후쿠지(興福寺)는 서기 669년 백제계인 후지와라노 가마타리가 세운 절로 710년 새 수도인 헤이조코(현 나라시)로 이전하였습니다. 가마타리의 손녀딸 고묘지와 결혼한 쇼무천황이 726년 동금당을 지었고, 4년 뒤 고묘황후가 오층탑을 세웠습니다.

 고후쿠지 오층탑은 일본 국보이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나라 지역에서 제일 큽니다. ‘더 큰 탑은 세우지 말라’는 명령이 지켜졌기 때문입니다. 120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다시 지으면서도 원형을 유지한 것은 원칙을 잘 지키는 일본인의 특성 때문입니다.

 3주간 열렸던 제 스케치 작품전에 다녀가신 많은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연재한 펜화를 모두 스크랩하였다는 분도 여러 분 계셨습니다. 전시 내내 참 행복했습니다.

김영택 화백 penwhag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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