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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있는 학교를 찾아서 ⑬ 과학 특성화 살린 천안중앙고등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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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공립 명문고로 발돋움하고 있는 천안중앙고가 또 다른 인재육성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과학중점학교, 한일학생 교류프로그램 등을 인재를 키우는 새로운 교습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천문대를 개관한 이 학교를 찾아가 봤다.

천안중앙고는 재학생 교육을 위해 천문대에 마련한 최첨단 장비를 인근 중·고생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다.

김정규 기자

유성재 지구과학 교사와 학생들이 옥상에 마련된 천문대에서 별자리를 관측하며 천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천안중앙고에 다니는 김다운(2년)군은 요즘 시간만 나면 학교 옥상을 찾는다. 옥상에 설치된 천문대에서 별을 보기 위해서다. 김군은 천문올림피아드대회 1차에 합격했다. 최종결선은 올해 12월 서울에서 열린다. 김군의 친구 백관혁(2년)군도 함께 천문올림피아드 1차를 통과하고 올해 말 최종 결선을 준비 중이다.

  이들이 이용하는 천문대는 지난 5월 6일 밤 개관식을 가졌다. 30m 남짓한 천문대에는 굴정망원경 2대와 반사망원경 2대가 설치돼 있고, 천체 촬영용 개조식 웹캠, 천체사진 촬영용 개조식 카메라, 홍염필터 등이 장착돼 있다. 중앙고는 이 천문대를 다른 초·중고등학교와 인근 주민 등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이 시설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한 과학중점학교 및 충남교육청 지정 수학·과학 영재교육원 운영학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 학교가 특색사업으로 시작한 과학중점학교의 일부다.

 과학중점학교는 과학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 경험을 균형 있게 제공하고, 수학·과학 기초학력 배양, 탐구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한 창의성 계발 등이 목표다. 우수 이공계 인력 및 풍부한 과학 소양을 가진 인문사회계 인력 양성도 중점을 두고 있다.

  다소 딱딱한 교과서적인 취지지만 실제 학습은 보다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진행된다.

 1교사 1수업 브랜드 갖기로 교과목별 담당 교사의 강점 및 적성을 활용한 수업을 한다. 일반 교과목에서 벗어난 ‘비교과 체험활동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과학교양 교과지도 등도 벌인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 충남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우수학교 표창과 금상 2명, 동상 3명을 배출했다. 같은해 열린 전국과학경시대회에서는 은상 수상자를, 올해 제9회 전국항공우주과학경진충남예선에서 총 5개부분 중 4개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종목은 모형로켓, 글라이더, 물로켓, 우주과학상상화 그리기 등이다.

영재교육원

중앙고는 또 일본의 자매결연 학교와 함께 영재교육원도 운영한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과학중점고교인 히로시마고교와 교류하고 있다. 공동 수업 및 과제물을 발표하고, 홈스테이를 통해 서로의 문화도 경험해 본다. 수업 주제는 대부분 환경 및 지구에너지 문제다.

  대학과 연계 지도를 통한 다양한 탐구 활동, 영재교육 수업 방법을 개발하기도 한다. 사사제 지도를 통한 학생의 잠재 능력 계발 및 진로 지도도 한다. 과학중점학교와 마찬가지로 1교사 1수업 브랜드 갖기를 추진하고, 영재교육에 관한 다양한 연수도 한다.

  활발한 활동 덕분에 지난해 영재교육기관 장학지도 우수기관, 영재교육 창의적산출물발표대회에서 우수기관 표창을 받았다.

  앞으로 영재 교육의 연수 강화 및 수업 방법 개발을 통한 전문성 신장, 해외 교류 학습 활동을 통한 글로벌 마인드 육성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기적성 동아리 ‘너나들이’

이 학교의 특기적성 동아리 ‘너나들이’가 대표 동아리로 거듭나고 있다. 당초 문집을 제작하는 동아리 너나들이의 신입생은 2009년 당시 4명밖에 되지 않았다. 독서토론과 문예활동 위주로 활동하던 이들은 ‘명맥이 끊긴 교지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어 교내 취재활동을 추가했다. 교지에 시사이슈도 실었다. 그러다 보니 시사토론활동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치열한 토론활동이 다시 웅변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과정을 통해 교지편집을 담당하는 언론부, 다양한 문예활동을 진행하는 문예부, 학생회 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정치부 등을 구성했다. 열정을 갖고 하나하나 세분화한 것이 전문적인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요소로 비교과활동이 중시되면서 팀워크, 리더십, 창의성 등을 보여줄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너나들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덕분에 자신의 진로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아리 활동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속속 나타난다. 올해 신입생 중 100여 명이 이 동아리에 지원했다.

 10기 기장을 맡은 김두연 학생은 “다양한 대내외 활동으로 학생회 임원 및 간부를 배출했고, 각종 글짓기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며 “관심 밖 대상이었던 너나들이가 일년 사이에 중앙고 최고의 동아리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진로 탐색·체험활동 하고 “짝꿍 보다 전국 학생과 경쟁”

1학년 정찬영

진로탐색활동, 진로체험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이 활동으로 나와 비슷한 꿈을 갖고 나보다 앞서가는 선배들과 대화를 하며 나의 진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바로잡을 수도 있고 또한 내가 선배들을 롤모델로 삼고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더 쉽게 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천안중앙고를 졸업하고 소위 서울의 명문 대학을 간 학생들을 초대해 후배들과 대화를 하게 하는 활동으로 나는 5반에서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학을 전공하는 박태진 선배와 대화를 했다. 선배는 처음에는 설명을 하고 그 다음에는 질문을 받으신다고 하셨다. 먼저 사범대학에 대해서 설명했다. 사범대학교는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곳으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대와 다르며 더 경쟁이 높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사범대라고 다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서울대 사범대가 지방 사범대보다 임용고시 합격률이 낮은 것도 선생님이 되기보다는 연구소나 학원으로 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사범대학은 두 번째 전공선택이 자유롭다고 했다. 그래서 선배도 전공은 지구과학이지만 뽑는 비율이 너무 낮아 두 번째 전공으로 수학을 선택했다고 한다. 선배는 무엇보다도 공부를 강조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3년을 버렸다고 생각하면 대학가서 몇 십 배의 보상을 받는다며 많은 공부조언을 해주셨다.

 사실 나의 진로는 교사가 아니다. 꿈이 연구원이기에 사범대학에 가서 연구원 쪽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선배가 전국단위로 목표를 세우라 했다. 친구를 끌어내리면 자기도 같이 내려가니까 견제하지 말고 함께 올라가라고 조언한 것이다. 그 말이 정말 인상 깊었다. 선배와 이렇게 대화를 해보고 조언도 받아보니 정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학업능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먼저다”

부임 3년째 최동식 교장

천안중앙고등학교가 지역을 넘어 전국 최고의 명문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9년 학교에 부임해 3년째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최동식 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학교만의 특색사업이 있다면.

 “지난해 과학중점학교 운영을 위한 기반을 구축,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분야에 우수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주로 나아가는 시대에 걸맞게 학생들이 우주를 향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중앙고에서는 1학년에 60시간의 비교과 체험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별교과로 과학교양을 개설했다. 교과과정을 결정하는 과학중점과정운영위원회에서는 과학중점과정 학생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체 이수 과목에서 과학, 수학 과목 이수 비율이 50%가 되도록 편성했다.”

-이 학교의 영재교육원이 관심을 받고 있다.

 “영재교육원은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의 영재성을 일찍 발견해 능력과 특성에 맞는 적절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좋은 교육환경을 중앙고 학생뿐 아니라 천안지역의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타 학교 학생들도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는 복자여고 3명, 쌍용고 2명, 천안고 2명의 학생들이 중앙고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특히 영재교육원에 참여하는 강사진은 중앙고 교사 뿐 아니라 각 전공분야의 대학 교수들까지 참여해 뜨거운 열기속에 영재교육원이 운영되고 있다.”

-교육 중에서도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나.

 “충남교육은 ‘바른 품성, 알찬 실력, 미래를 여는 충남교육’이란 지표를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인재 육성을 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본질은 인간, 전인교육이다. 공부를 잘하고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지표와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엘리트 교육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우리 학교는 과학중점학교, 영재교육원 등 실력 양성을 위해서도 크게 노력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에 대해서는 학교 현장에서 어떤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먼저다.”

독서실 - 주문에 걸린 이들의 공간

신데렐라도 집으로 돌아갔어야 하는 시간

누군가가 걸어놓은 또 다른 주문에 걸린 이들은

종이들 사이에서 허우적대며

발버둥치고 있는 중.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병정들을

부러워하는 그들을

사랑을 받고 있고,

관심을 받고 있는 병정들을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중.

세상에 흩뿌려지는

포근한 눈에 부빌 수 없는 그들

언젠가는 벼랑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 잠 못 이루는

외로운 밤을 맞이하는 중.

누가 그들에게 주문을 걸어놓은 걸까.

누가 그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걸까.

그들은 왜 주문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걸까.

가지고 있는 옷, 호박 마차,

유리 구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또 다른 것을 갖기 위해선

주문에 순응해야만 하는 그들.

이 주문이 풀리는 순간,

그들의 얼굴에 부디 미소가 존재하기를.

2학년·문예토론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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