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무선통신 사활 건 기술경쟁

중앙일보

입력

한밤중에 운행하던 차량에서 사고가 났다. 운전자는 중태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경각에 달린 운전자의 생명을 구할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만약 이 차량에 '텔리매틱스(Telematics)시스템' 이 장착돼 있다면 걱정이 덜어진다.

긴급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차량사고시 에어백이 터지거나 차체가 부서지면서 내재된 센서가 자동적으로 차량내 무선통신망을 타고 서비스센터나 보험회사로 연락이 되는 것이다.

차량용 무선통신시스템인 텔리매틱스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향후 5년내 무선통신업계의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세계의 내로라 하는 무선통신장비업체와 자동차 메이커들은 관련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시장규모〓세계 최대 무선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는 2005년까지 세계 모든 자동차에 텔리매틱스 시스템이 장착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998년말 현재 세계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5천4백만대. 텔리매틱스 시스템 하나의 가격은 아직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최소한 1천달러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키아의 분석대로라면 그 시장규모는 최소한 수백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미국의 컨설팅 및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러티지 그룹은 미국내 텔리매틱스 시스템 장착차량 이용자는 지난해 20만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82만여명, 2002년에는 4백96만여명, 2004년에는 1천1백만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조사에서는 미국내 무선통신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텔리매틱스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을 구입하겠다고 답변했다.

◇ 사활건 경쟁〓노키아는 지난달 25일 앞으로 텔리매틱스 관련 장비 제조에 주력하겠다고 발표했다.

노키아에서 중점 개발하려는 것은 차량사고나 긴급상황 발생시 자동적으로 서비스센터로 연락이 되고, 동시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교통정보를 받거나 현재 위치 확인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다.

노키아는 "올 하반기까지 기본형 시스템의 시제품을 내놓고 내년말에는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차세대 고급형 시스템을 선보이겠다" 고 밝혔다.

미국의 ATX 테크놀로지도 올초 AT&T.GTE 등과 제휴, 차량용 무선인터넷 접속 시스템 개발에 들어가 이미 기본 설계와 디자인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원기술 보유회사인 퀄컴사도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초고속 무선데이터 접속기술(HDR)의 차량 탑재를 서두르고 있다.

모토로라와 스웨덴의 에릭슨도 이미 자체 텔리매틱스 시스템을 개발, 자동차 업계에 부분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 모터스(GM)는 이미 일부 차량에 장착된 '원스톱 폰' 시스템을 고급화, GPS를 통한 위치확인 기능과 무선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GM은 원스톱 폰이 위급상황에서 운전자가 다이알을 눌러 서비스센터로 연결되는 반수동식 텔리매틱스 시스템이어서 소비자들로부터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도 최근 히타치와 제휴, 차량내 무선인터넷 접속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 변수〓가장 큰 변수는 현재의 무선통신 기술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GPS 시스템과 인터넷 접속기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소비자가 굳이 텔리매틱스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키아 미국지사 자동차 무선통신담당인 스테판 달라베타 국장은 1월 미국의 와이어리스 밀레니엄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와 운전자의 안전문제, 그리고 긴급상황 발생시 곧바로 서비스센터로 연결되는 기능은 무선단말기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시장 전망이 무척 밝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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