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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부는 ‘한국 배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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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정동
아프칸 PRT 자문단장
인천대 교수

아프가니스탄은 1979년 소련과의 전쟁을 시작으로 30여 년에 걸친 내전과 외침으로 경제개발의 기초적인 기반이 파괴된 상태다. 아프간은 농업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인구가 67.8%에 이른다. 하지만 국토 전체의 12% 정도인 790만ha가 경작 가능하고, 그나마 고질적인 가뭄·홍수·지진 등 자연재해에 극히 취약하다. 특히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전체 경작지의 6%만 경작되고 있다. 전쟁 기간 중 마약 재배의 붐이 일어 아프간 국민의 약 9%인 200만 명이 양귀비를 재배하며 아편을 생산해 전 세계 유통 아편의 92%를 생산하는 오명을 쓰고 있다. 평균 수명 43세가 지금의 아프간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세계 최극빈국 중 하나인 아프간에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군·관·민으로 구성된 재건팀을 수도 카불과 인접한 파르완주에 파견해 놓고 있다. 재건계획의 핵심은 농촌 개발, 인적자원 개발, 도시경제 개발의 3개 축을 중심으로 당근과 채찍이라는 인센티브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리 하나를 짓더라도 현지 주민들이 소액이나마 돈을 내도록 해 참여의식을 높이고 보상성과가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한다. 일부에서 1960~70년대 박정희 식의 경제개발 모델에 대해 큰 가치를 두지 않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빈곤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제3세계에선 성공한 경제발전 모델로서 한국을 최고로 인정한다.

 전후 한국은 어떻게 빈곤퇴치에 성공했으며,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었으며,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농촌개발정책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등 정책의 입안과 실행까지 한국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열성이다. 부지런하고 자존심이 강한 아프간 사람들의 심성과 국제사회의 공조, 그리고 한국의 개발경험이 잘 조화를 이루게 될 때 아프간도 힘찬 비상의 날개를 펴지 않을까 기대한다.

박정동 아프칸 PRT 자문단장·인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