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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휴가 걱정하는 아빠 여러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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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송어를 잡은 아이의 표정이 환하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빠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이 환한 웃음 짓게 해주는 일이다. 송어잡기 체험이 가능한 강원도 원주 ‘솔치 송어파티’에서. [권혁재 전문기자]

“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시나요?”

 여행기자에게 늘 돌아오는 질문이다. 세상에서 좋은 데는 다 보고 다닌다는 여행기자가 막상 제 가족은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자칭 주식 전문가가 제 돈 들여 사는 주식이 궁금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아빠가 된 여행기자의 여름휴가는 영 시원치 않다. 아이들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학에 가족 휴가 일정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여 아빠가 되면 여행기자의 휴가도 소위 ‘7말 8초’를 피하지 못한다. 여행업계에서 7월 말부터 8월 초 두 주일 정도는 초절정 극성수기다. 가격도 평소보다 배 이상 뛰고, 가는 곳마다 사람으로 바글바글하다. 아니 바캉스 명소로 가는 도로부터 몸살을 앓는다.

 이 아비규환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여행기자다. 하나 여행기자도 어쩔 도리가 없다. 방학을 맞아 집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모른 채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보육 시스템의 허점은 이렇게 여름휴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내몰리다시피 떠나는 여름휴가이지만 그래도 갈 곳은 정해야 한다. 아빠가 된 여행기자에게도 서너 해 전부터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가는 데가 있다. 서해안 갯벌이다. 갯벌에 가자마자 아이들을 풀어 놓는다. 그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어른들이 맛조개나 바지락을 잡는 시간, 아이들은 철퍼덕 갯벌에 주저앉아 모래 장난을 하고 엄지손가락 만한 게 한 마리와 온종일 씨름을 한다. 사람 무서워하지 않는 갈매기와 추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저녁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아이들을 번쩍 안고 숙소로 돌아온다. 흙 범벅인 채로 아이들은 아빠의 품 안에서 맑게 웃는다. 그러면 아빠가 된 여행기자는, 여행기자가 어렸을 적 여행기자의 아빠와 시골 냇가에서 고기를 잡던 기억을 떠올린다. 아마 그때도 여행기자는, 지금 눈앞의 아이들처럼 아빠의 가슴에 안겨 환하게 웃고 있었을 것이다.

 여름방학이 코앞이다. 올해도 경기는 그저 그렇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는데 여름휴가라고 몇 푼 넣어 주던 보너스는 끊긴 지 오래다. 그래도 아이들 방학은 돌아온다. 가족 몰래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무는 아빠의 근심이 깊어진다.

 한숨만 쉬고 있는 아빠에게 당부하는 건 한 가지다. 아이에게 추억을 심어 주자. 당신의 믿음직스러운 등을, 당신의 넓은 가슴을, 당신의 강한 팔뚝을 아이에게 잠깐 빌려 주자. 아이는 그 기억을 가슴에 안고 어른이 된다. 아이에게 아빠는 평생 그 여름날의 등이고 가슴이고 팔이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모았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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