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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양용은 “유럽서 초청왔지만 포기…한·일전 보탬 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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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연 날리기를 해도 한·일전은 재미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그만큼 숙명의 라이벌이기 때문이지요.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일부터 경남 김해의 정산 골프장에서 열리는 ‘KB금융 밀리언야드컵’은 한국과 일본의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입니다. 지난해 1점 차로 패한 한국 선수들은 올해 설욕을 벼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US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한국인 최고 성적을 기록한 ‘바람의 아들’ 양용은(39·KB금융그룹)이 한·일전의 선봉에 나섭니다. 이번 주 golf&은 한국 대표팀의 ‘맏형’ 양용은을 만나 한·일전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한·일전에 출전하는 ‘바람의 아들’ 양용은이 한국팀의 승리를 다짐하며 태극기 앞에서 멋진 스윙을 하고 있다. 한·일전 선봉에 나서는 양용은은 매 샷 목숨을 걸 듯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지난해 패배를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성룡 기자]


양용은은 정신력이 강한 선수다. 중압감 속에서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칠 줄 안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도 흔들리지 않는 뚝심 덕분이었다. 양용은은 지난해 한·일전에서 한국 팀이 1점 차로 지는 모습을 미국에서 지켜봤다. PGA투어와 일정이 겹쳐 한·일전에 출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양용은은 올해 한·일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출전 의사를 밝혔다.

양용은은 “지난해에는 한·일전 일정이 PGA투어 플레이오프 기간과 겹쳤다. 미국에서 한국 팀이 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화도 나고, 후배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는 만사 제쳐 놓고 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PGA투어 선수들은 7월14일부터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샷 점검으로 바쁘다. 체력 안배를 위해 쉬는 선수도 있다. 상금이 많지 않은 대회에 단지 애국심 하나로 출전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과묵한 양용은은 한·일전에 출전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유럽에서 초청이 왔다.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유럽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내 컨디션이 최상일 때 한국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골프는 기복이 심한 운동이다. 내년에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일전 출전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한·일전에 강한 편이다. 2004년 한·일전에서 한국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은 승점 20대2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18번 홀(파5)에서 연장전을 치렀다. 단판 승부인 만큼 장타와 배짱이 두둑한 양용은이 한국팀 대표로 나섰다. 일본은 노련한 다나하라 히데토가 맞섰다. 양용은은 그 홀에서 바로 버디를 잡으며 파에 그친 다나하라를 물리치고 한국 팀에 승리를 안겼다.

그는 후배들에게 한 샷 한 샷에 목숨을 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일전은 뭔가 특별하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지만 한·일전에서는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팀을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해 무조건 잘 쳐야 한다. 아무리 팀을 위한다고 해도 티샷이 OB가 나면 소용이 없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일본에서 4승을 기록한 그는 일본 골프의 특징으로 섬세함을 꼽았다.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꼼꼼하고 영리하게 플레이한다. 선수비·후공격 스타일이다.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 팀이 이길 것이다.”

한·일전은 포섬(같은 팀 두 명의 선수가 한 개의 공을 번갈아 치는 게임), 포볼(같은 팀 두 명의 선수가 각자 볼을 쳐 좋은 점수를 적어 내는 게임) 등의 방식으로 열린다. 조 편성이 매우 중요하다. 장타자인 그는 “확실히 장타자와 한 조가 되어 초반부터 파워로 상대를 제압할지, 아니면 쇼트게임이 좋은 선수와 한 조가 돼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칠지 후배들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US오픈에서 역대 한국인 최고 기록인 공동 3위에 오르고도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US오픈은 워낙 변수가 많아 3라운드 때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택했다. 코스 상태를 감안하면 3라운드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로리 매킬로이를 압박했어야 했다. 6타 차로 출발해 8타 차로 벌어지면서 승기를 놓쳤다. 최소한 마지막 날 3타 차 정도로 출발했다면 해볼 만했다.”

‘포스트 우즈’로 평가받는 매킬로이에 대해서는 아직은 우즈의 50%밖에 안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킬로이는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그 정도 실력은 갖추고 있다. 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라면 누구든 하루에 5~6언더파는 칠 수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황제가 되기 위해서는 경기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는 강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스타는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한다. 우즈는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직 매킬로이는 경기를 장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PGA챔피언십에서 우즈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것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이에 대해 그는 “실력이나 경험을 놓고 비교하면 나와 우즈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즈 입장에서는 내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자 오히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70번 싸워서 내가 딱 한 번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골프 인생은 이제 전반 홀을 마치고 10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제는 새로운 후반 홀을 준비해야 할 때다. US오픈과 마스터스 우승이 남은 목표다.”

그는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회로 마스터스를,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US오픈을 꼽았다.

“US오픈은 미국의 내셔널 타이틀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는 그 나라가 망하거나 골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다. 한국 오픈(2회), 중국오픈(1회)은 이미 제패했다. US오픈과 일본오픈만 남았다.”

그는 팬들에게 어떤 골퍼로 기억되고 싶을까. 그는 “이왕 골프를 시작한 만큼 한국 골프의 전설로 기억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최경주 선배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웃었다.

그는 현실주의자다. 그의 골프가방을 보면 6번 아이언까지만 있다. 5번 아이언 이상부터는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한다.

“PGA투어 선수들이 내 가방을 보고 피식 웃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나는 ‘아이 엠 투 올드(I am too old)’라고 말한다. 프로이기 때문에 무조건 어려운 클럽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현실적으로 더 잘 맞고 편안하게 칠 수 있는 클럽이 나의 진정한 무기다. 프로는 화려함이 아닌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6번 아이언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바꿀 수 있다.”

스폰서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지난해 무적 선수였던 그는 “스폰서가 없으니깐 너무 풀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프로에게는 적당한 부담감이 존재해야 한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직원만 2만6000명에, 은행 계좌가 2800만 개나 된다고 들었다. 모두 나의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멋진 성적으로 보답해야 하는 게 나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말했다.

글=문승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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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KB금융그룹 골프선수

197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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