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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 → 페더러 → 총가 → 총가 → 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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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승리 후 환호하는 총가(위쪽)와 쓸쓸히 퇴장하는 로저 페더러(아래쪽). [로이터·AP=뉴시스·연합뉴스]

예상대로였다. 단, 2세트가 끝날 때까지만.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남자단식 8강전은 드라마였다. 세계랭킹 3위 로저 페더러(30·스위스)는 세계 19위 조 윌프리드 총가(26·프랑스)를 맞아 두 세트를 먼저 따냈다. 2003년부터 이 대회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터줏대감 페더러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은 돋보였다.

 그러나 3세트 들어 반전이 일어났다. 게임스코어 1-1에서 총가가 페더러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했다. 그러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세가 오른 총가는 강서브를 앞세워 3, 4세트를 잇따라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세트에서는 페더러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했다. 몸이 무거워진 페더러는 실책을 연발했다.

 총가의 3-2(6-3, 7-6<3>, 4-6, 4-6, 4-6) 역전승. 총가는 경기가 끝난 뒤 코트에 주저앉아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페더러는 그대로 굳었다. 고개를 떨군 채 하염없이 코트만 바라봤다.

 외신들은 ‘페더러가 총가에게 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총가가 페더러의 주목할 만한 기록 하나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페더러는 총가에게 지기 전까지 메이저대회에서 초반 2세트를 따냈을 경우 178차례 연속 승리했다. 페더러는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 모든 것이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총가는 콩고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다. 그는 복싱스타 알리를 닮은 얼굴 때문에 ‘테니스계의 무하마드 알리’로 불린다. 떡 벌어진 어깨에서는 최고 시속 214㎞의 강서브가 터져 나온다.

 총가가 주목받기 시작한 대회는 2008년 호주 오픈이다. 그는 나파엘 나달(스페인)을 3-0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에게 졌지만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그러나 이후 총가는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 이상을 차지한 적이 없다. 페더러를 이긴 총가는 “기회가 왔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또 다른 8강 경기에서는 세계랭킹 2위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 버나드 토미치(158위·호주)를 3-1(6-2, 3-6, 6-3, 7-5)로 꺾어 4강에서 총가와 맞붙게 됐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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